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소신 있는 의원, 그들이 반갑다

장민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02 16:55

수정 2020.01.02 16:55

[기자수첩]소신 있는 의원, 그들이 반갑다
최근 한 야당 국회의원과 인사를 나누며 명함을 건넨 적이 있다. 그 의원은 "전화번호 저장하겠다"며 의미심장한 말을 덧붙였다. 그는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면 받지 않는다. 문자보다 '전화폭탄'이 많이 오더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여야를 막론하고 극렬 정치세력들로부터 쏟아지는 문자폭탄은 의원들에게 일상이 된 지 오래다. 문제는 이같이 '테러'에 가까운 지지층 또는 반대진영의 정치공세가 의원들로 하여금 자기검열을 부추기고, 소신 있는 의정활동 의지까지 꺾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측면에서 지지층 또는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며 자기 목소리를 내는 의원들을 보게 되면 당을 막론하고 눈길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지난해 12월 '민식이법'(도로교통법 개정안·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중 특가법은 여야 의원들의 압도적 찬성표로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당시 본회의에 참석한 227인의 의원 가운데 유일하게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 한 명만 반대표를 던졌다. 같은 당 홍철호 의원은 뒤늦게 반대표로 수정했다.

이들이 정말 반대표를 던짐으로써 이 법안의 통과를 막을 수 있다고 믿었을까. 아니었을 것이다. 여야 모두 최우선 민생법안으로 꼽았던 법안이었다. 그럼에도 여론의 비난을 감수했다. 어린이 교통안전 강화 필요성에 공감하지 못한 것도 아닐 테다.


특가법은 스쿨존 내 운전자 과실로 어린이 사망사고 시 가중처벌돼 3년 이상의 징역 또는 무기징역의 형량을 부과한다.

어린이 교통안전 사고를 막을 수 있는 근본적 대책을 고민하는 대신 뺑소니 사망사고와 비슷하게 양형기준을 높이는 것이 능사였을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의 본회의 투표에서 당론에 따르지 않고 기권표를 행사했다는 이유로 문자폭탄, 출당조치 요구 등 여권 지지층의 거센 비판에 직면한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이처럼 죄인 취급을 받는 것이 옳은 일인지도 되물을 일이다.


문자폭탄 등으로 대변되는 정치공세가 직접민주주의로 오용될 우려가 커지는 이때 더 많은 의원들이 뚝심과 소신을 갖고 의정활동을 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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