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경쟁사 대응 행보에 업계의 시선이 쏠려 있다. 경쟁사들이 덩치를 키우면서 위협해 오는 상황이 KT 계열 입장에서는 반가울 리 없다. 따라서 KT가 관심을 두고 있던 딜라이브 인수에 대한 이야기가 다시금 나오고 있다.
통신사들이 가입자 유치를 통한 규모의 경제 실현에 집중하고 있지만, 한가지 짚어봐야 할 부분이 있다. 통신시장과 유료방송시장은 접근방식에 차이를 둬야 한다는 점이다. 과거 통신시장에서 가입자를 유치하는 핵심은 불법보조금이었다. 고객들은 불법임을 알면서도 보조금을 많이 지원하는 통신사로 옮겨다녔다. 이 때문에 통신사들은 가입자 유치를 위해 불법보조금을 시장에 뿌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유료방송시장은 어떨까. 한때 유료방송시장도 통신서비스와 초고속인터넷 등을 묶어 결합상품 위주로 경쟁을 벌였다. 여기에도 불법보조금이 동원된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이를 바탕으로 통신사들은 인터넷TV(IPTV) 가입자를 끌어모을 수 있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유료방송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공식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유료방송시장에서 성공의 방정식이 바뀌고 있다. 바로 콘텐츠다. 넷플릭스나 디즈니 같은 온라인동영상(OTT) 서비스는 오로지 콘텐츠 힘으로 전 세계적으로 가입자를 모으고 있다. 국내에서도 CJ ENM과 JTBC가 꾸준한 콘텐츠 투자의 결실을 이제야 보고 있다. 넷플릭스가 스튜디오드래곤과 JTBC에 주목한 것도 오로지 콘텐츠의 힘이다.
통신사들이 생각을 바꿔야 하는 지점이다. 조 단위의 돈을 들여 덩치를 키우더라도 유료방송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콘텐츠에 공을 들여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통신사들이 유료방송시장에서 인수합병을 추진하면서 콘텐츠 투자에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지 알 수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향후 몇 년간 얼마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긴 했다. 그 금액이 양질의 콘텐츠 생산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통신과 방송 산업은 근본부터 다르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syj@fnnews.com 서영준 정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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