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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사흘간 15.7원 급등… 수입가격 올라 기업경영 '악재'[중동 전운 고조]

예병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06 17:27

수정 2020.01.06 20:11

강달러로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장기화땐
국제유가 오르고 교역은 위축
개선 기대했던 국내경제 먹구름
금값도 6년8개월만에 최고/이란이 미국에 "가혹한 보복"을 경고하며 국제 정세가 불안해지는 가운데 국제 금값이 6년8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6일 오전 8시께 금 현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2.3% 오른 31.1g(온스)당 1588.13달러에 형성됐다. 이날 서울 돈화문로 한국금거래소 종로본점에서 직원이 금반지를 정리하는 모습. 뉴시스
금값도 6년8개월만에 최고/이란이 미국에 "가혹한 보복"을 경고하며 국제 정세가 불안해지는 가운데 국제 금값이 6년8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6일 오전 8시께 금 현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2.3% 오른 31.1g(온스)당 1588.13달러에 형성됐다. 이날 서울 돈화문로 한국금거래소 종로본점에서 직원이 금반지를 정리하는 모습. 뉴시스
환율 사흘간 15.7원 급등… 수입가격 올라 기업경영 '악재'[중동 전운 고조]
연초부터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글로벌 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안전자산인 달러화를 선호하는 방향으로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국내 기업의 경영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동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실물경제에도 부담이 불가피하다.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글로벌 교역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중동이 불안하면 중동으로 직접 수출하거나 중동을 거쳐 해외로 수출하는 우리 기업의 수주 등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올해 수출 반등을 통한 경기회복을 기대하던 우리 경제엔 상당한 악재다.

■환율 변동성 확대 우려

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 대비 5.0원 오른 1172.1원으로 마감했다. 올 들어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3거래일 동안 15.7원이 상승했다. 지난 2일에는 하루 만에 9원이 상승했고, 이날에는 12거래일(지난해 12월 16일 1172.3원) 만에 1170원을 재돌파했다. 원화약세 방향으로 환율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이번 환율은 이란의 보복 여부에 촉각을 세우며 지정학적 리스크에 상승 압력이 예상된다"며 "장기화 여부가 관심사"라고 지적했다.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면 우리 경제에는 부정적이다. 과거 우리 경제는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약세)을 긍정적으로 봤다. 원화 약세가 나타나면 그만큼 수출품 가격을 내리는 전략으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해 수출을 늘릴 수 있어서다. 그러나 최근 우리 수출품의 품질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이 같은 효과는 확연히 줄었다. 반면 높아진 환율 변동성은 국내 기업들의 수입가격을 높이고, 환차손을 발생시키는 등 기업 경영에 어려움을 주는 측면이 크다.

더구나 이달 말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의미하는 '브렉시트' 시한도 다가오고 있다. 현재 영국이 EU와 협상이 없이 탈퇴하는 이른바 '노딜(No deal) 브렉시트'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경우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강달러를 유발,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고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유가 상승, 교역위축 부르나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적으로 이어진다면 국제유가 상승과 교역위축 등 실물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과 이란 간 긴장 고조만으로도 원유수급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국제유가를 상승시키는 요인이다. 문제는 미국과 이란 양국 간 갈등 격화가 이란의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으로 이어진다면 국제유가는 급등세를 보이게 된다. 호르무즈 해협의 세계 원유 수송량 비중은 약 15%에 이른다.

국제유가 상승이 경기개선에 의한 수요 확대에 의한 것이라면 우리 경제에는 피해가 제한적이다. 그렇지만 현재는 글로벌 교역이 침체된 상황이다. 교역회복 없이 국제유가만 나홀로 상승하면 우리 경제의 수입가격이 오르면서 기업에 비용 부담이 발생한다. 더불어 유가상승으로 높아진 석유·화학제품 가격이 글로벌 수요까지 침체시킬 수 있다.

올해 우리 경제개선을 예측한 이유는 미·중 무역협상 진전으로 글로벌 교역이 회복된다고 봐서다.
중동발 리스크가 단기로 마무리되지 않고 장기화된다면 수출·수입을 중심으로 우리 경제에 하방압력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현 시점에서는 중동발 리스크에 의한 유가 급등이나 교역위축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전규연 하나금융그룹 연구원은 "중동발 노이즈는 당분간 이어질 수 있지만 장기전으로 끌고 가기에는 이란과 미국 모두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이란은 미국의 제재로 인해 원유 수출량이 급감했고, 미국도 추가적인 무력충돌 대신 이란의 협상을 유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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