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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2020년의 도전, 국민통합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07 16:42

수정 2020.01.07 16:42

[fn논단]2020년의 도전, 국민통합
2020년 새해가 시작됐다. 2020년은 밀레니엄 첫 20년이 끝나고 시작되는 해라는 점에서 기대와 부담이 함께 있다. 지난 20년간 우리는 2020년이 되면 도래할 세상에 대한 기대로 살아 왔다. 2000년의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9770달러였지만 2007년 2만달러, 2017년에는 3만달러에 도달했다. 성장률 둔화에도 불구하고 물질적 삶의 수준은 꾸준히 높아져 왔다.

그러나 2018년 이후 2019년에도 우리나라 경제성적표는 내리막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리나라의 실질 경제성장률을 1.98%, GDP디플레이터를 감안한 경상경제성장률은 이보다 낮은 1.4%로 OECD 36개국 중 34등으로 전망했다. 경제성장률은 실질 기준으로 평가하지만 경상 기준이 실질 기준보다 더 낮은 것은 정상적이라고 볼 수 없다. 지난해 수출액은 전년에 비해 10.3% 감소했고, 생산과 투자 모두 마이너스인 가운데 소비가 겨우 받쳐주고 있는 형국이다. 그래도 11월 실업률은 3.1%, 3·4분기 임금상승률은 3.4%로 외형적으로 멀쩡한 것은 정부가 나랏돈 풀어 경기를 부양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정부 재정지출을 그렇게 늘렸는데도 소비자물가가 0.4% 상승에 그치고, GDP디플레이터는 2018년 4·4분기 이후 연속 마이너스를 보이고 있는 것은 경제가 심각하게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21세기의 첫 20년은 그래도 양호했지만, 2040년으로 가는 향후 20년은 가시밭길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2019년을 기점으로 사망자수가 출생아수보다 많아져 인구가 감소 추세로 들어가고 2020년 15.7%였던 노인인구 비율이 2030년에는 25.0%, 2040년에는 33.9%로 높아지고 잠재 경제성장률도 1%대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외적으로도 미·중 간의 경제적 마찰이 더 격화되고 인도, 멕시코, 브라질,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의 빠른 경제성장으로 우리 경제의 운신 폭은 더욱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식량, 에너지, 기후 등 지구 전반적으로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한국은 식량, 에너지 등 생존에 필요한 최소 기반마저도 취약한 나라로 분류된다.

대한민국은 1970년대와 1980년대에는 인적자본으로, 1990년대와 2000년대에는 물적자본으로 경제성장을 견인해왔고 2010년대에는 사실상 정보기술(IT) 분야를 중심으로 한 기술자본으로 버텨 왔다. 최근 이렇게 공들여 이뤄온 성장신화가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온 나라가 계층적·이념적·지역적으로 양분돼 갈등이 격화되면서 한치 앞의 미래도 내다볼 수 없는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는 1인당 GDP 3만달러 수준에 못 미치는 사회자본의 미성숙으로 정치가 경제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갈등이 경제·사회 문제에 대한 견해차에 기인하는 것이라면 대화와 타협으로 헤쳐갈 수 있지만, 대한민국의 역사성과 정체성에 대한 시각차에 따른 것이라면 그 심각성이 크고 봉합하기도 난망하다.

그러나 과거를 어떻게 볼 것이냐를 두고 다투면 끝이 없지만, 다가올 미래에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이냐를 두고 보면 사실 그렇게 갈등할 것이 많지 않을 수도 있다.
사안 하나하나를 보면 우리에게는 대안이 별로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는 과거로 두고, 미래 도전에 대응하기 위한 과감한 혁신도 국민통합이 없으면 쉽지 않다.
정치의 정상화를 통해 정치가 국민화합의 장이 되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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