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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임덕 빠진 아베 '퇴임설' 부인..차기 주자들 출사표 던지며 분주 [특파원 리포트]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08 17:48

수정 2020.01.09 00:20

레임덕 빠진 아베 '퇴임설' 부인..차기 주자들 출사표 던지며 분주 [특파원 리포트]
【 도쿄=조은효 특파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자신의 중도 퇴임 여론을 경계하듯 "유자는 9년이 걸려야 꽃이 만개한다"며 "이 유자를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해당 발언은 지난 7일 자민당 시무식 연설에서 나왔다. 유자의 9년은 내년 9월까지인 아베 2차 내각 임기(3연임·9년)를 일컫는 말이다. 연초부터 차기 총리를 노리는 '포스트 아베'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가운데, 최근 자민당 내부에서 조차 친아베 진영에 권력을 안정적으로 이양하기 위해서라도 아베 총리가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이후 중도 퇴임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을 조심스럽게 내비치던 상황.

■아베, 중도퇴임설 부인

임기를 다 채우지 않을 경우엔, 자민당 국회의원들끼리 총재 선거가 가능하지만, 임기를 채울 경우엔 자민당 일반당원까지 가세한 총재 선거가 실시된다. 후자의 경우, 자민당 내 '반(反)아베' 선봉장인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이 절대 유리하다. 당내 친아베진영의 이런 관측을 아베 총리 스스로 '유자꽃 9년'발언으로 뒤집으며, 임기를 다 채우겠다고 쐐기를 박은 것이다.


아베 총리의 구상과 달리, 중도 퇴임설은 급속도로 아베 정권의 힘이 빠지고 있음을 역설한다. 이에 비례해 최근 포스트 아베들의 행보도 전보다 한층 도드라지는 모양새다. 권력의 사유화로 비판을 받은 '벚꽃 스캔들'과 일본 검찰이 정조준한 여당의 '카지노 뇌물 수수 의혹 수사'는 아베 정권이 '끝나가는 정권'임을 대변해주는 역설적 사건이다.

현재 아베 총리 앞엔 크게 3개의 선택지가 놓여있다. 가장 손쉬운 선택으로는 친아베 후보에게 정권을 넘기는 것, 그러나 이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엔 과거 2012년과 2018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격렬하게 맞붙었던 이시바 전 간사장에게 정권을 넘기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가능성은 떨어지나 4연임에 도전하는 것이다.

일왕가의 조상신이 모셔진 이세신궁 참배로 새해 첫 공식 업무를 개시한 아베신조 일본 총리. 로이터 뉴스1
일왕가의 조상신이 모셔진 이세신궁 참배로 새해 첫 공식 업무를 개시한 아베신조 일본 총리. 로이터 뉴스1

■포스트 아베 누가 있나

가장 유력한 차기 주자로는 '여당 내 야당'으로 불리는 이시바 시게루와 아베 총리가 '애매하게' 공개 지지의사를 드러낸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전 외무상)이다. 정조회장은 자민당 내 '넘버3'에 해당하는 자리다. 기시다 후미오 정조회장은 최근 "다음 총재 선거를 향해 확실히 분투, 노력하겠다"고 공개선언을 한 상태다.

여성 정치인인 노다 세이코 전 총무상 역시 차기 레이스에 가세할 것임을 선언했다. 그는 최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차기 자민당 총재 선거에 입후보할 뜻을 표명하며, 아베 총리의 4연임에 대해선 "막힘 없이 다음 사람에게 바통을 넘겨주면 좋겠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아베 정권의 2인자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최근 그가 추천한 두 명의 각료가 비위 등의 혐의로 중도 낙마,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2년과 2018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아베 총리와 맞붙었던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도 차기 총재 선거에 출마할 것임을 시사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리 총리 후보로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시바 전 간사장은 최근 부쩍 아베 총리를 향해 "솔직하지 못하다"고 비판하는 등 날서게 각을 세우는 모습이다. 아베 총리도 차기 총리 후보들의 이름을 일일이 나열하면서도, 유독 이시바 만은 쏙 빼, '이시바에게만은 주지 않겠다'는 의중을 그대로 드러냈다.

친아베도, 반아베도 아닌 제3의 길은 현재로선 가능성은 떨어지나 역시 전혀 배제할 수는 없는 4연임설이다. 이날 아베 총리는 '유자꽃 9년' 발언에 이어 포스트 아베들을 앞에 놓고, "'매화는 13년, 배는 15년, 사과 25년'이라는 말도 있다"고 말해, 3연임을 넘어 4연임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다만, 지금으로선 정권의 힘이 급속히 빠지면서, 레임덕 방지용인 중의원 해산과 그 시기도 예측불가다.
자칫하면 개헌 발의선인 3분의 2도 채우지 못하게 돼 곧바로 심각한 레임덕이 올 수 있다. 그 경우, "내손으로 개헌을 하겠다"는 아베 총리의 새해 구상도 물거품이 될 수 밖에 없다.
포스트 아베들의 조기 등판과 안정적 퇴로 확보를 위한 아베 총리의 계산이 복잡하게 맞물려 갈 것으로 보인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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