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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로]수출 마이너스 시대, 최고의 전략은

김규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09 17:08

수정 2020.01.09 17:08

[윤중로]수출 마이너스 시대, 최고의 전략은
수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접어야 하는가. 연초부터 섣부른 감은 있지만 대외변수의 흐름이 심상치 않다. 최근 불거진 중동 정세불안은 지난해 말 새해 경제정책 방향을 잡을 땐 크게 부각되지 않았던 부분이다. 정부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도 대외여건 점검에서 미·중 무역협상 1단계 합의 이후의 전개 상황, 중국 경기부진 심화 우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노딜 브렉시트(합의 없는 영국의 EU 탈퇴) 가능성 등을 주요 리스크로 꼽았다. 중동지역 문제는 국제유가 전망에서 간단히 언급되는 정도였다. 하지만 이란 혁명군 사령관 사망으로 촉발된 미국과 이란의 '강대강' 대치는 진정국면으로 접어들었지만 군사적 충돌 시나리오까지 나왔을 정도로 여전히 살얼음판이다.

2019년 한국 경제가 잠재성장률인 2.5~2.6%(2019~20년)에도 미치지 못하는 2% 내외 성장을 한 원인 중 하나는 대외여건이 악화되고 수출이 부진하면서 민간 활력이 크게 저하됐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갈등이 첨예해지면서 지난해 세계 교역 증가율은 1.1%(국제통화기금, 2019년 10월 추정)에 그쳤다. 2017년 5.7%, 2018년 3.6%와 비교했을 땐 큰 폭의 둔화다. 이처럼 국제무역이 위축되자 자동차, 반도체 등 한국의 주력산업들은 줄줄이 한파를 맞았다. 세계 반도체 시장은 약 14% 축소됐다. 이에 따라 한국 수출은 지난해 12월 기준 13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연간 기준으로 10.6% 감소했다.

수출 우려는 미국과 중국이 무역갈등을 1차적으로 해소하겠다는 발표로 상당 부분 완화됐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수출 역성장은 올 1월 마감될 것이라고 언급한 주된 근거이기도 하다. 정부도 이를 감안, 올해 수출 증가율을 3.0%로 잡았다. 지난해 11% 가까운 감소와 비교했을 때 상당한 회복 예측이다.

문제는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다. 돌발적으로 터진 중동 사태가 실례다. 영국의 경제연구기관인 캐피털이코노믹스는 미국과 이란의 대립이 군사적 충돌을 수반하는 전면전으로 확대될 경우 세계 성장률은 0.3%포인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물가는 3.5~4.0%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동지역 긴장 고조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갈등 또한 향후 전개 과정은 역시 '가보지 않은 길'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중국 경제 또한 변수다.

최악의 경우 정부가 단언한 수출 회복은 공수표가 될 수도 있다. 만약 높아진 불확실성이 현실화되면서 세계교역 위축이 2019년의 일시적 현상이 아니고 지속된다면 한국 경제의 근간은 흔들릴 수 있다. 보호무역 기조가 예측과 달리 더 강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2년 연속 수출이 마이너스로 추락하게 되면 수출 비중이 높은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는 경제구조는 부실화될 수밖에 없다.

성장전략을 전환해야 한다. 수출확대를 통한 경기반등 모멘텀이 실패할 경우를 상정해야 한다. 민간의 투자활력을 높여 혁신동력을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 시스템반도체, 바이오 연구개발 확대 등 신성장산업을 키워야 한다. 기존 제조업을 스마트화·융복합화해야 한다.
글로벌 불확실성을 뛰어넘을 수 있는 산업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생산가능인구가 23만명(2019년은 6만명 감소) 줄어드는 인구감소 시대에 선제대응도 필요하다.
성장잠재력을 다지는 게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최고의 전략이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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