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화재진압정책 담당, 단 3명뿐… 소방청 인력 확충 절실" [데스크가 만난 사람]

안태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09 17:22

수정 2020.01.09 17:22

정문호 소방청장에게 듣는다
소방관 국가직 전환으로
현장직 2만명 늘리고 있지만
핵심 역할하는 본청 직원 태부족
‘화재예방국’ 신설도 시급해
소방복합치유센터 만들어
화상·골절·PTSD 중점 치료
퇴직때까지 지속적 관리 가능
휴식 취하는 수련원도 건립
"이렇게 비가 오면 도로가 빙판길이 될 텐데…"

난데없이 겨울비가 내리던 지난 6일 오전. 정부세종2청사 정문 앞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기 위해 멈춰선 정문호 소방청장이 함께 있던 직원들에게 건넨 말이다. 겨울에 비가 오면 도로에 살얼음이 낄 가능성이 높아 눈만큼이나 위험하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인터뷰 약속을 잡은 시간은 늦은 오후였지만 점심약속 장소로 이동하던 중 우연찮게 그가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목격했다. 5만5000명 소방관들의 수장답게 국민의 생명·안전에 대해 거듭 고민하는 모습을 포착할 수 있었다.

이날 오후 인터뷰를 위해 정부세종2청사 소방청장 집무실에서 만난 정문호 청장은 그간 최대 숙원사업이던 국가직 전환에 성원을 보내준 국민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면서도 후속작업을 철저히 준비해 올 4월로 예정된 국가직 전환을 차질없이 이뤄내겠다는 뜻을 확고히 했다.

정 청장은 "한달 정도 여유를 두기 위해 3월 1일까지 시행령, 시행규칙 등 20여개 하위법률 개정을 완료할 계획"이라며 "당장 큰 변화는 없지만 이제 시작이다.
그간 부족했던 부분들을 메워가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정문호 소방청장 약력 △1962년 충남 논산 △보문고 △충남대학교 화학과 △호서대학교 안전공학 석사 △소방간부후보생 제6기 졸업 △충청남도 공주소방서장 △대전광역시 소방본부장 △충청남도 소방본부장 △인천광역시 소방본부장 △서울특별시 소방재난본부장
정문호 소방청장 약력 △1962년 충남 논산 △보문고 △충남대학교 화학과 △호서대학교 안전공학 석사 △소방간부후보생 제6기 졸업 △충청남도 공주소방서장 △대전광역시 소방본부장 △충청남도 소방본부장 △인천광역시 소방본부장 △서울특별시 소방재난본부장


그가 올해 추진하는 최우선 과제는 '소방청'의 조직 확대다. 현재 전국 17개 광역지자체 소방본부가 현장 대응을 담당하고 중앙의 소방청이 소방정책을 총괄하는 구조다.

현장 소방관 인력부족은 국가직 전환에 따라 2022년까지 2만명 충원 계획이 착실히 진행되고 있지만 소방청 인력은 제자리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정 청장은 "해양경찰은 현장인력 1만1000명에 본청인력은 450명 정도지만 소방은 현장인력 5만5000명에 본청 인력은 불과 208명"이라며 "육상재난컨트롤타워와 화재예방대응정책 총괄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안타까워했다.

실제 소방 핵심 업무인 화재진압정책 담당 인력은 단 3명뿐이다. 올해부터 닥터헬기 신고체계도 119종합상황실로 통합됐지만 소방청에는 작년 5월에야 담당 '과'가 신설됐다. 그마저도 단독 과가 아닌 '항공·통신과'에 그쳤다. 교정·검찰 등 공안직 보다 낮은 수당·급여의 현실화도 주요 개선 과제 중 하나다.

그는 "최대 20만원까지 차이가 난다"며 "업무 난이도가 비슷하거나 소방쪽이 더 위험한 경우도 많은데 공안직이 더 높다는 건 모순"이라며 이에 대한 개선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대담=김태경 정책사회부장

-소방관 국가직 전환 첫 청장이 됐다.

▲국민들께서 많이 성원해주신 덕분이다. 그간 소방교부세를 통해 소방장비는 많이 개선됐지만 현장 인력 부족은 해결책이 마땅치 않았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는 어려움이 컸다. 이제 국가공무원이 됐으니 국비를 투입해 2022년까지 현장 부족인력 2만명을 충원할 계획이다. 현재 9000명까지 충원했고 나머지 1만1000명은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충원하면 6만6000명 정도가 된다.

소방관서 신설에 따른 증원도 또 다른 과제다. 소방서나 센터가 새로 만들어지면 그에 따른 인력이 늘수밖에 없다. 서울의 경우 금천소방서가 곧 개소한다. 앞으로 전국에 걸쳐 노후화된 소방관서에 대한 개선 작업도 본격화하겠다.

-소방관 복지는 어떻게 바뀌나.

▲'소방복합치유센터'가 만들어진다. 그간 소방직 복지를 확충을 위해 국비를 투입하려 해도 지방공무원이어서 어려움이 컸지만 국가직 전환에 따라 숙원 사업이었던 복합치유센터가 들어서는 것이다. 화상, 골절 등 근골격계 치료에 더해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을 중점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잔혹한 현장에서 사고 나는 장면을 많이 목격하는 탓에 정신적인 질환이 많다.

소방관의 건강을 임용부터 퇴직까지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체계도 갖춘다. 현재는 검진 받은 결과가 일반병원에 머물러있다. 앞으로 이들 검진 데이터를 받아와서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소방관의 직업병 등을 연구하는 작업도 진행된다. 치유센터가 완성되면 소방공무원들의 건강상의 문제점들이 많이 해소될 것이다. 소방관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수련원도 만든다. 경찰은 9곳, 해양경찰은 4곳이나 있지만 소방청은 하나도 없다.

-급여·수당은 어떤가.

▲국가직 전환에 맞춰 화재진압수당을 10만원 정도 인상하게 되지만 아직 경찰에 비해 약간 부족한 건 사실이다. 경찰은 소방과 같은 '특정직'으로 분류돼 본봉체계는 같지만 수당에서 차이가 난다.

반면 교도관, 국회 경비직 등을 칭하는 '공공안전직무(공안직)'은 본봉체계 자체가 다른데 급여에서 큰 차이가 난다. 많게는 20만원까지 격차가 벌어진다.

업무가 비슷한 경우도 있지만 공안직은 주로 행정분야 업무가 크다. 경찰과 소방 같이 위험을 무릅쓰고 화마와 싸우고 범인을 체포하는 직무 보다 공안직이 높다는 건 모순이다. 두 조직 모두 규모가 크다보니 예산이 많이 드는 탓에 인사혁신처와 기획재정부가 반대하고 있다.
정문호 소방청장이 지난 6일 집무실에서 파이낸셜 뉴스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정 청장은 "올 4월 예정된 국가직 전환을 차질없이 진행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소방청 제공
정문호 소방청장이 지난 6일 집무실에서 파이낸셜 뉴스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정 청장은 "올 4월 예정된 국가직 전환을 차질없이 진행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소방청 제공


-독도 헬기사고가 났다.

▲안타까운 사고였다. 사고 장소가 바다여서 소방의 힘만으로는 구조하는데 역부족을 느꼈다. 해양 사고의 경우 해경과의 유기적인 협조 체제가절실하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항공 분야를 특화해 전문화 시킬 필요성이 커졌다. 산림청의 경우 헬기 40여대를 보유 중인데 항공본부가 별도로 있다. 소방청은 30여대 정도 갖고 있지만 작년에야 담당 '과'가 만들어졌다. 그것도 '항공과'가 아닌 통신하고 묶여 '항공통신과'가 생겼다.

특히 올해부터 응급 상황 시 출동하는 닥터헬기 통합운영을 맡게 됐다. 응급사고 발생 시 헬기 출동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산림청, 군, 병원, 지자체, 소방청 등 모든 공공기관이 보유한 헬기 중 적합한 헬기를 찾아 출동시키는 것이다. 이에 맞춰 별도 기구가 있어야 운항관리사를 두는 등 헬기 안전관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지만 아직 매우 부족한 현실이다.

운항관리사는 항공의 관제탑 역할이다. 지상에서 조종사와 계속 교신하면서 도착지 기상과 비행금지 구역 등을 알려준다. 도착지 관계자들과 연락을 취하면서 안전한 착륙도 돕는다. 이번 독도 사고도 조종사들이 자체 판단해서 간 터라 야간에 계기판만 보고 운항을 하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소방청 본부 인력이 많이 부족한가.

▲그렇다. 해양경찰은 현장 인력 1만1000명에 본청은 450여명이다. 소방은 현장인력 5만5000명에 본청 208명이다. 2022년까지 현장 인력 충원이 완료되면 6만6000명이다. 다만 본청 인원은 이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1관2국15과 체제로 2개 국 정도가 더 필요항 상황이다.

이 가운데 '화재예방국'신설이 가장 시급하다. 화재가 발생한 이후 '대응'만큼이나 화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방지하는 예방도 중요하지만 '과' 단위에 머물러 있어 적절한 대처를 하기에 미흡한 실정이다.

소방산업 진흥을 위한 '장비산업국' 설치도 미래 소방력 강화를 위해 시급한 과제다. 소방관이 사용하는 장비는 물론이고 건축물에 설치하는 소방시설도 중요하다. 한번 소방시설을 설치하면 20~30년은 사용한다. 제대로 작동해야 화재가 나도 크게 번지지 않고 진화될 수 있는데 아직 영세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혁신·행정·감사담당관'도 현장 대비 본청 인력이 태부족한 현실을 드러내는 대표적 사례 중 하나다. 3개 업무에 '법무' 업무까지 더해 총 4개 업무를 한 개 과에서 전담하고 있다. 국가직으로 전환되면 징계업무, 고충처리 등 추가적인 업무도 발생하는데 벌써부터 걱정이다.

-'빅데이터 센터'도 추진한다고 들었다.

▲그렇다. 그간 다양한 소방활동 정보를 축적해 뒀다. 그걸 분석·가공해서 유의미한 데이터를 뽑아내는 게 중요하다.이를 홍보하고 정책에 반영하는 빅데이터 센터를 준비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예컨대 도로 한 지점에서 지속적으로 교통사고 신고가 들어온다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도로 문제점을 파악해볼 수 있다.

-소방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비전이 있다면.

▲소방 산업의 발전이 결국 나라의 안전도를 높이는 방법이지만 아직 영세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이다. 작년 기준 재난안전산업 사업체 수는 총 5만9251곳인데 연 매출액이 '5억원 미만' 영세업체가 49.1%에 달한다. 이같은 여건을 극복하고 소방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소방산업진흥기금'과 '소방산업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소방산업은 시장경제 논리만으로는 효율적인 자원배분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소방시설공사업의 저가수주로 인한 문제점 해소를 위해 '소방시설공사 분리발주 의무화'도 민간분야까지 확대키로 했다. 공공분야는 지자체 조례를 통해 소방사업자에게 직접 발주하게 돼 있지만 민간분야는 건설업자가 일괄 발주해 소방시설업자에게 하청을 주게 돼 있다.
원사업자가 하도급비를 얼마나 책정하느냐에 따라 소방시설 품질이 크게 차이가 날 수 있는 상황이다.

소방산업은 그간 주목받지 못했지만 국민 안전을 위해 매우 중요한 분야다.
산업 진흥을 통해 고품질의 효과적인 소방장비들이 지속적으로 제작돼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

정리=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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