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올해도 예상되는 당정청 反창업 삼중주

박소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09 17:54

수정 2020.01.09 17:54

[기자수첩] 올해도 예상되는 당정청 反창업 삼중주
우리나라를 대변하는 당(黨)·정(政)·청(靑)이 한목소리로 혁신을 외친다. 이 말을 들은 국민들은 세상에 없던 아이템으로 창업을 한다. 그러자 정(공무원)이 그런 서비스는 세상에 없다면서 기존 법과 규율에 맞춰 제재를 한다. 규제로 인한 부작용으로 여론이 들끓으면 당(국회의원)은 부랴부랴 대안을 담은 법안을 발의한다. 하지만 곧 정쟁에 휩싸이고, 다른 일로 싸우다가 통과는 안 시킨다. 지난해 내내 우리나라에서 벌어졌던 일이다.


지난 7일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사는 다른 나라 얘기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신규 벤처투자가 4조원을 돌파했고, 다섯 개의 유니콘기업이 새로 탄생했다고 운을 뗐다. '혁신성장 관련 법안 통과가 지연되는 상황'이라는 단서를 붙여 국회의 무능도 탓했다. 또 200여건의 규제샌드박스 특례승인과 14개 시도의 규제자유특구 지정으로 혁신제품의 시장 출시도 가속화됐다고 강조했다. 숫자는 맞지만 현장 분위기와는 큰 차이가 있다.

문 대통령은 심지어 이런 혁신의 기운을 경제 전반으로 확산시키겠다고 했다. 더 많은 유니콘기업이 생기도록 하고, 규제샌드박스 활용을 더욱 늘린다는 것이다. 당정청이 말하는 혁신의 방점이 어디에 있는지 명확히 보여주는 구절이다.

정부의 혁신은 사전적 의미의 혁신과 동떨어졌다. 유니콘을 키우는 것이 혁신인가. 유니콘은 기존 시장의 비효율성을 제거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키운다고 키워지는 것이 아니다. 혁신적 시도를 하는 스타트업이 무수히 많이 나오고 있지만 키워지는 기업은 거의 없다. 우아한형제들, 쿠팡 등 현재 우리가 보유한 유니콘기업들은 해외자금이 성장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생태계가 무르익지도 않았는데 대통령이 나서서 유니콘에 열광하는 것 자체가 숫자 놀음에 불과하다.

가장 무서운 건 신산업 분야 이해관계자 간의 갈등을 맞춤형 조정기구를 통해 풀겠다고 공언했다는 점이다.
조정기구의 무용성은 '타다 사태'를 통해 모든 국민이 지켜봤다.

최근 글로벌 투자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딜리버리히어로의 우아한형제들 인수 건을 당정청이 어떻게 다루는지만 봐도 올해도 혁신은 물 건너간 듯하다.
현장에 나온 혁신이 규제라는 암초를 만나 좌절하는 무한루트를 올해도 계속 보게 될 것 같은 느낌이다.

psy@fnnews.com 박소연 산업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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