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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이라는 격동의 역사..여성의 눈으로 보면 다릅니다"

연극 '화전가'로 돌아온 극작가 배삼식

"한국전쟁이라는 격동의 역사..여성의 눈으로 보면 다릅니다"
"기존 남성 중심 서사에서 벗어나 여성의 입장에서 역사 이면의 실제 삶을 들여다보고자 했다." 지난해 국립오페라단의 창작오페라 '1945'를 선보인 배삼식 작가(사진)가 오는 2월, 국립극단 창단 70주년 기념 연극 '화전가'로 돌아온다. 전작이 해방 직후인 1945년, 중국 만주에 사는 조선인들의 삶을 포착했다면 이번에는 1950년 한국전쟁을 목전에 둔 경북의 한 양반가 반촌 사람들의 이야기다.

배 작가는 격동의 시기에 연달아 주목한 이유로 "1950년은 국립극단이 창단된 해이기도 하고, 언젠가부터 끔찍하고 잔혹하며 꺼내놓기 무거운 기억이 많은 이 시기를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당시 시대의 요구에 가장 뜨겁게 반응했던 지역이 대구 경북지역"이라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지역의 양반들은 재산을 털어 의병거사를 일으키고, 만주나 간도로 망명해 민족학교를 세우는 등 지식인의 책무를 다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건보다 사람을 중심에 두고, 민초들의 살 냄새나는 삶을 극적 갈등 없이 연민 어린 시선으로 그려왔다. 이번에는 폭풍전야에 우연히 떠난 소풍을 통해 격동의 역사를 온몸으로 감내해온 여인들의 삶을 위로한다. '화전가'는 '김씨'의 환갑에 맞춰 딸과 어머니, 시어머니와 며느리, 행랑어멈의 딸 등이 오랜만에 만나 질펀한 수다를 늘어놓다 꽃놀이를 간다는 내용이다. 배 작가가 오랫동안 알고 지낸 경북 봉화 출신 할머니의 삶과 그가 생전에 들려준 지역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번 작품의 뿌리가 됐다. 배 작가는 "분단 이후 한국전쟁 발발 직전까지 수많은 학살이 자행됐다"며 "그 순간 인간으로서 자존과 위엄을 지키는 게 꼭 어느 편에 서서 싸우는 것만은 아니다. 어머니 환갑날 모인 여인들의 아름다운 순간을 잘 보듬어 (오늘날 관객들에게) 전해주는 것도 예술의 한 역할"이라고 말했다. 얼핏 외국어처럼 들리는 안동 사투리를 고수한 것도 이 때문. "무의미하고 사소한 것이 우리 인생에서 중요하며 우리의 삶을 붙들어준다는 게 이 작품의 취지"라며 사소한 디테일까지 살려보고 싶었단다. "우리 언어가 가진 음악성도 최대한 살리고 싶었다. 경상도 사투리를 거칠고 투박하다고 하나, 그렇지 않다.
그곳의 굽이치는 산세처럼 온화하고 부드럽게 물결친다."

'화전가'는 이념대립 등 근현대사 비극을 대놓고 드러내지 않은 채 김씨를 비롯한 여인들의 이야기 밑바닥에 그림자처럼 깔아 놓았다. 배 작가는 "관객이 드러나지 않는 이야기를 채워나가며 능동적으로 관극하길 바란다"며 "이 작품이 무용(無用)하지만 가장 쓰임새가 되는 예술에 대한 은유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2월 28일~3월 22일. 명동예술극장.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