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패스트트랙 '9개월 전투' 한국당은 과연 완패했을까

뉴스1

입력 2020.01.15 06:01

수정 2020.01.15 06:01

지난해 12월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74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수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2019.12.30/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지난해 12월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74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수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2019.12.30/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여야 4당이 지난해 4월 29일 선거법 개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 법안 등에 대한 패스트트랙 지정을 시도하는 가운데,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자유한국당 의원과 당직자들이 선거제 패스트트랙지정 저지 농성을 벌이며 바닥에 누워 있다. 2019.4.29/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여야 4당이 지난해 4월 29일 선거법 개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 법안 등에 대한 패스트트랙 지정을 시도하는 가운데,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자유한국당 의원과 당직자들이 선거제 패스트트랙지정 저지 농성을 벌이며 바닥에 누워 있다. 2019.4.29/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공수처법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12.30/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공수처법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12.30/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이인영 원내대표. 2020.1.13/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이인영 원내대표. 2020.1.13/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김성은 기자 = 국회에서의 '패스트트랙 전투'가 9개월만에 막을 내렸다.

지난해 4월 선거·검찰개혁 관련 법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으로 시작된 이번 전투를 치르면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치열한 수싸움을 펼쳤다.

민주당은 장기간 패스트트랙 국면에서 한국당을 고립시켜 법안을 통과시켰으나 제1야당과의 협치에 실패했다는 멍에를 짊어지게 됐다.

한국당은 국회에서 몸싸움까지 벌이며 결사적으로 저항하는 과정에서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법안 통과를 저지하지 못했으며 소속 의원들마저 무더기로 기소되는 후폭풍에 휘말렸다.

민주당은 여소야대의 국면 속에서 한국당의 협조 없이 문재인 대통령의 1호 공약인 공수처 설치법안 추진이 어려웠다. 그러나 지난해 4월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과 손잡고 공수처 설치법안과 검경수사권조정안, 선거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일괄 지정했다. 제1야당인 한국당과의 협상이 막히자 법안 처리를 위해 '우회로'를 택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한국당 의원들이 몸싸움을 불사하며 패스트트랙 법안 지정에 반대하면서 2012년 국회선진화법 통과 이후 7년만에 '동물국회'가 재현됐다.

수적 열세에 있는 한국당은 이번 패스트트랙 전투에서 패배가 예견돼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투를 시작할 때부터 결과 아니라 과정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절정은 황교안 대표의 단식이다. 한국당은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 설치법안을 두고 '악법'이라고 주장하며 민주당과 각을 세웠다. 지지층도 황 대표를 중심으로 결집했다.

황 대표가 공수처법을 막기 위해 단식에 나선 것은 아이러니다. 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이 발의한 공수처 법안은 2013년 법제사법위원회에 올랐고 당시 법무부 장관은 황교안 대표였다. 법안이 순조롭게 통과됐다면 황 대표가 공수처 설치법의 주역으로 기록될 수도 있었다.

이 법안은 '민주당표' 공수처 설치 법안과도 유사하다. 때문에 황 대표가 공수처법을 반대하는 것은 명분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황 대표로선 여당이 패스트트랙으로 제1야당을 압박하고, '4+1 협의체'라는 변칙적 고립작전에 벌이는데 맞서 당을 지켜내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을 것이다.

지난해 11월엔 전임 홍준표 전 대표가 단식 중인 황 대표를 찾아 '선거법을 막고 공수처 설치 법안을 타협하자'고 했으나 황 대표는 이러한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국당이 "공수처는 괴물"이라고 주장하며 민주당과 강 대 강으로 대립하는 것을 두고 총선을 앞둔 '지지층 결집용 카드'라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국당은 총선 1호 공약으로도 '공수처 폐지'를 꺼내들었다.

당이 원내에서 고립무원의 상황에 처하며 위기론이 고조되자 한국당 지도부는 리더십을 부각시킬 기회도 얻었다. 황 대표는 장외투쟁에 발벗고 나서면서 지지층 결집을 도모했다. 리더십과 관련해 '정치 초년생'이라는 문제제기를 뚫고 황 대표가 당 안팎의 단결을 두루 꾀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국회에서 보여준 몸싸움 사태는 여당에 대한 '투쟁'을 가장 극렬하게 보여준 사례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를 위해 한국당이 떠안은 짐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지난 4월 몸싸움 사태로 인해 한국당 현역 의원의 절반 이상인 60명이 무더기로 수사 대상에 올랐으며 이 가운데 23명은 불구속 또는 약식 기소됐다. 검찰은 패스트트랙 사건과 관련 약식기소한 한국당 일부 의원들에 대해 의원직 상실형을 구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물론 지지층 결집이라는 소득이 일정부분 있다"면서도 "패스트트랙 수사로 의원직까지 상실하면서까지 얻는 소득이라고 하기엔 실익이 커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한국당과의 장기전 끝에 공수처 설치 법안 처리에 성공했다.

이를 두고 김준석 동국대학교 교수는 통화에서 "야당의 입장에선 여당에 협조해 돌아오는 효과가 많지 않은데다 여당과의 대립을 통해 내부적으로 단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이러한 갈등 구조 속에서 민주당이 무리수를 쓰긴 했지만 법안 통과라는 성과를 얻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제1 야당과의 협치 실패라는 꼬리표를 면하기는 어렵게 됐다. 민의의 전당으로 불리는 국회에서 전체의석의 3분의 1을 점유한 교섭단체 한국당과의 합의를 거치지 않고서도 법안을 통과시키는 '전례'를 남긴 셈이다. 표결을 위주로 한 극단적인 정치문화가 팽배해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민주당 역시 이러한 비판에 대해 부담을 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14일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한국당 역시 성숙한 인내로 오늘의 이 개혁의 역사를 함께 만든 동반자로 기억하겠다"면서 "민주주의의 완성에서 함께 승자가 되는 공존의 길을 찾겠다.
한국당과 민생과 경제의 길에서 격한 대결의 지난 시간을 잊고 통크게 다시 만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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