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국민연금 ‘적극적 주주권’ 공기업부터

강구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16 17:27

수정 2020.01.16 17:27

[기자수첩] 국민연금 ‘적극적 주주권’ 공기업부터
"'지배구조개선 및 기업 효율화'가 목적이라면 대상 기업으로 굳이 사기업을 고집할 이유가 있습니까."

최근 행동주의로 이름을 날리는 사모펀드(PEF) 대표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그의 답변은 명료했다. "정치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치적 압박을 이겨내기 힘드니 행동주의도 공기업보단 사기업이 우선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이사 해임, 선임을 포함한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이 확정됐다. 참여연대와 민주노총·한국노총 등 양대 노총은 14일 국회에서 '문제기업에 대한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활동방안 모색'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국민연금의 사기업 경영개입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앞서 참여연대 등은 지난 9일 논평을 내고 삼성물산·삼성중공업·효성·대림산업 등 4곳을 '문제기업'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이런 압박들로 인해 수탁자에 대한 책임을 기울여 기금 수익률을 끌어올리기보다 정부의 기업 길들이기로 '연금사회주의'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배경이다.

국민연금은 진정성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적극적 주주권을 사기업이 아닌 공기업 등에 먼저 행사하고, 개선 사례를 만들 필요가 있다. 정치 중립적으로 기업과 수탁자인 국민 모두 윈윈할 수 있다는 인식이 충분히 깔린 후 사기업에 대한 개선이 뒤따르는 것이 순리다.

최근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에 대해 노동조합이 '낙하산 인사'라며 출근을 저지하고 있는 것도 국민연금이 목소리를 높이기 좋은 사례다. 실제 국민연금은 지난해 10월 16일 기준 지분 9.19%를 보유한 주요 주주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업은행은 정부가 투자한 국책은행, 정책금융기관이다. 일종의 공공기관과 같다"고 했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다른 공공기관과 달리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임원을 추천하지 않는다.

지난 2017년 금융행정혁신위가 금융기관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기업은행에 임원추천위원회를 설치하도록 권고한 것도 국민연금이 움직이는 명분에 한몫한다.
대통령의 명(命)이라고 할지라도, 문제에 대해 제기를 할 수 있는 용기가 국민연금에 있다면 그 다음 행보에 돌을 던질 사람은 아무도 없다.

ggg@fnnews.com 강구귀 증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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