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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재무 "EU와 규제 따로 간다"…산업계 "비용 수십억파운드 늘 것" 반발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19 14:50

수정 2020.01.19 14:59

[파이낸셜뉴스] 영국 재무장관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후에는 영국이 EU 규제를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브렉시트 이후에도 EU와 교역은 물 흐르듯 이뤄질 것이라던 기존 방침을 뒤집는 것이다.

영국 산업계는 이렇게 되면 막대한 비용을 들여 EU에서 인가를 받아야 EU에 수출할 수 있고, 물류에도 차질이 빚어져 영국내 가격 상승을 부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영국으로 교두보로 EU 시장에 진출하려는 외국 기업들이 영국 투자를 철회할 수 있다고 산업계는 경고했다.

이달말 브렉시트, 연말 전환기 마감을 앞두고 영국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EU 규제 안 따른다"
사지드 자비드 영 재무장관은 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재계가 요구하고 있는 영국과 EU 규정 단일화는 없다고 못박았다.
자비드 장관은 영국 산업계는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뒤 이미 3년의 준비 기간을 가졌다면서 규정 단일화 요구를 중단하라고 말했다. 그는 "영국은 규정을 (그저) 수용하는 나라가 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EU 단일시장에, 관세동맹에도 남아있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자비드는 "규정 공조는 없고 (EU와 영국간 교역 전환기가 끝나는) 연말에는 그렇게 될 것"이라면서 기업들에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라고 주문했다.

EU는 지금처럼 영국과 EU간에 무관세·무쿼터가 적용되는 무역협정을 맺는 대신 영국이 EU 규정을 따를 것을 요구하는 반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브렉시트 이후에는 영국이 EU 규정과 결별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해왔다.

필립 해먼드 전 재무장관은 재임 당시 EU와 규정 공조를 위해 강경파들과 싸웠지만 신임 자비드는 재무부의 입장이 이전과는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자비드는 "기업들이 이런 식으로든, 저런 식으로든 영향이 있을 것"이라면서 "일부는 혜택을 볼 수도 있고, 일부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나 그는 기업들이 정확한 세부 조건은 알 수 없었지만 2016년부터 영국이 EU를 탈퇴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서 중요한 것은 이제 기업들은 모든 것을 분명히 알 수 있게 됐고, EU와 영국 간에 새로운 교역관계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막대한 추가비용으로 경영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산업계 주장에 대해서도 "일본은 EU에 자동차를 팔지만 EU 규정을 따르지 않는다"며 그같은 주장은 근거 없다고 일축했다.

"수십억 파운드 비용부담에 더해 선택폭도 좁아져"
그러나 영국 산업계는 재무장관의 발언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영국 정부가 산업계 현실을 너무 모른다는 비판과 함께다.

영국 자동차제조·거래 협회(SMMT)는 유럽에서 자동차를 팔기 위해 업체들이 영국 규제허가와 함께 EU 허가까지 동시에 받아야 하게 돼 막대한 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배출가스 기준 통과, 충돌 시험 등으로 '수십억 파운드' 추가 부담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비용부담을 줄이기 위해 유럽 시장을 포기할 수도 없다.

EU 자동차 시장은 연간 1500만대 규모로 지난해 6년만에 최저수준으로 추락해 연 230만대까지 떨어진 영국 자동차 시장에 비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영국 자동차 산업은 EU와 수출·수입 양 측면에서 매우 밀접히 연관돼 있고, 부품공급망도 공유하고 있다. 생산된 자동차의 80%가 수출되며 수출의 절반은 EU에, 수출물량의 25%는 EU와 무역협정을 맺고 있는 한국 등으로 향한다.

EU와 원활한 무역협정이 없으면 심각한 상황에 몰릴 수 있음을 예고한다.

영국 최대 노동조합인 유나이트도 투자위축과 이에따른 일자리 감소를 경고했다. 유나이트는 유럽 공장에 투자할 수도 있는 글로벌 기업들이 영국을 버리고 유럽으로 떠날 수 있다면서 영국은 자동차 완성품 뿐만 아니라 엔진·구동장치 등 부품 수출에서도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조는 또 "영국 기업들이 맞닥뜨리게 될 이중고는 정부가 얼마나 제조업에 문외한인지를 잘 드러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식료품 가격 상승도 예고되고 있다.
영국 식품업체 연합체인 식음료연맹(FDF)은 영국과 EU간 규제 분화는 업체들이 새로운 검역·통관 등의 추가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면서 이는 무역장벽으로 작용해 결국 식료품 가격 상승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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