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논단]

2020년 건설기업의 경영 방향

주요 건설기업마다 매해 연초에 신년사를 통해 한해의 경영방침을 선포한다. 올해 신년사에서 가장 많이 공통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것은 디지털 전환 내지 스마트 건설이다. 본사와 현장에서 건설사업 프로세스 전반에 걸쳐 디지털 기술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뒤처질 것이라는 절박감을 갖고 있는 듯하다. 디지털 전환은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서 필요하고, 인건비를 비롯한 건설원가 상승에 따라 생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건설기업마다 경험자산을 디지털 시스템에 축적하거나 독자적인 스마트 건설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올해도 가속화될 것이다.

사업포트폴리오 다각화도 공통적인데, 그 방향은 두 가지로 구분된다. 하나는 기존의 시공 중심에서 개발사업이나 운영사업 등으로 건설업 내부에서 가치사슬을 확장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HDC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서 보듯이 아예 건설업이 아닌 다른 사업영역으로 다각화하는 것이다. 이처럼 사업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추진하는 이유는 시공 중심 건설사업의 수익성과 성장성이 모두 낮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신시장과 신사업 발굴도 공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새로운 해외건설시장의 개척, 친환경사업, 도시화사업, 고부가가치사업 발굴 등을 예로 들고 있다. 앞으로 사업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자회사를 만들거나 M&A를 추진하는 사례도 종종 보게 될 것 같다.

수주나 매출 같은 양적 규모의 확장보다는 수익과 내실 강화 등 질적 성장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공통적이다. '수주 지상주의'가 가져온 폐해를 건설기업들도 이미 여러 차례 겪었기 때문에 '수익 중심'으로 경영 방향을 설정한 것은 바람직하다. 수익과 내실 강화를 위해서는 양질의 수주 확대, 리스크 관리 강화, 수행역량 고도화, 원가 및 예산관리 강화 등과 같은 일상적인 기능의 강화가 필요하다. 이런 요소들은 신년사에서도 언급하는 것들이다.

조직의 동요 등을 우려해 신년사에서 언급하지는 않지만, 작년부터 적자 내지 저수익 사업부문의 구조조정도 추진되고 있는 것 같다. 최근까지 수익 창출이 가능한 사업부문이 있다면 주택사업 정도다. 2010년대 초반에 '어닝 쇼크'를 보였던 해외플랜트사업은 아직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작년부터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대상이 된 공공토목사업은 올해 분명히 발주물량이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적정공사비 확보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수익성 측면에서는 많은 의구심을 갖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해외플랜트나 토목사업을 도외시하고 주택사업만 치중하기에는 정부의 규제 리스크가 너무 크다. 사업부문의 구조조정을 하더라도 단기 경영이 아니라 중장기 경영의 관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올해 신년사에서는 안전에 대한 강조가 눈에 띈다. 정부의 의지가 강할 뿐만 아니라 처벌규정의 강화 및 사회적 관심도 높기 때문이다. 그 밖에 민첩한 조직을 만들자거나 디지털 기술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스마트한 조직을 만들자는 등 조직혁신에 대한 언급도 꽤 있었다.

대다수 건설기업은 올해 건설시장이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보다 더 어려울 것으로 본다.
수익과 내실 강화, 리스크 관리를 더 중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이것도 지나치면 기업의 쇠퇴를 초래할 수 있다. 그래도 새해를 시작하는 만큼 도전적인 기업가정신의 발휘가 필요하다.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