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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기업들 최악 대비하라"… 英과 무역장벽 가능성 커진다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20 18:16

수정 2020.01.20 18:16

英 "EU 규정 안 따른다" 파문
브렉시트 이후 경제 타격 불가피
사지드 자비드 영국 재무장관. 로이터 뉴스1
사지드 자비드 영국 재무장관. 로이터 뉴스1
유럽연합(EU)이 기업들에 최악에 대비할 것을 권고했다. 영국 재무장관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EU 규제를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한데 따른 것이다. 이는 영국이 지금처럼 EU와 자유로운 교역에 매달리지 않을 것임을 선언한 것으로 EU는 보고 있다.

이달말 브렉시트 이후 연말까지 시한인 전환기 기간 무역협상에서 크게 기대할 게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이에따라 올 연말까지는 지금처럼 EU와 영국 간에 자유로운 교역이 이뤄지지만, 이 전환기가 끝나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적용받는 교역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아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현지시간) EU 관리들이 브렉시트 이후 영국이 EU 규정을 따르지 않을 것이라는 사지드 자비드 영 재무장관의 발언 의미를 파악하며 주말을 보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EU 관계자들은 자비드 장관이 다짐한 것처럼 영국이 EU 규정에서 떨어져나가면 브렉시트가 올 연말 이후 경제적으로 상당한 손상을 주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 EU 관계자는 "실제 경제에 미치는 주된 결론은 바로 최악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EU와 영국 간에 무역협상에서 "무엇이든 합의가 된다면 이는 보너스일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이 규제 분화를 고집하게 되면 사실상 영국과 무역협상에서 합의될 사안은 별로 없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합의가 된다면 이는 예상치 못한 보너스로 볼 정도로 상황이 악화됐음을 뜻한다.

한 EU 외교관은 자비드 장관이 제시한 느슨한 형태의 브렉시트 이후 영국과 EU 관계 설정은 경제적으로 양측에 손상을 주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외교관은 "결론은 되레 단순하다"면서 "영국이 EU 규정에서 분화되기를 원한다면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같은 접근은 틀림없이 영국과 EU 사이에 새로운 무역 장벽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고, 이에따라 교역·투자·일자리가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FT는 자비드 장관의 규제 분화 발언은 영국의 협상 태도가 방향을 틀었음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양측은 앞서 지난해 10월 브렉시트 합의의 일환으로 영국과 영국을 제외한 EU 27개 회원국들이 브렉시트 이후에도 정부 보조금, 경쟁, 사회·고용 기준, 환경, 기후변화, 세제 등의 영역에서 '공통된 높은 기준'을 유지한다는 내용의 정치적 선언을 한 바 있다. 영국 재무장관의 발언은 이를 뒤집는 것이다.

EU는 영국이 EU 규정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브렉시트 이후 양측의 관계 역시 멀어지게 될 것이라면서 규정 분화에 따른 EU 단일시장 보호를 위한 EU의 무역장벽이 불가피해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영국 산업의 핵심인 금융산업 역시 규정 분화가 현실화하면 막대한 EU 시장을 포기해야 할 처지에 몰릴 것으로 우려된다. 영국의 금융규정이 EU 규정과 크게 벌어지면 EU가 영국 금융사들의 접근을 일방적으로 봉쇄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 EU 관계자는 자비드 발언을 기초로 할 때 양측 간에 어떤 형태로든 무역합의가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에 지금 같은 자유로운 교역을 전제로 하는 합의는 불가능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 관계자는 "운동장이 평평해야 한다는 점을 영국 측에 꽤나 분명히 밝혀왔다"고 말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이달 초 런던경제대(LSE) 연설에서 이 점을 분명히 한 바 있다.
폰 데어 라이엔 위원장은 EU와 쿼터 제한 없이 자유로운 교역을 할 수 있는지 여부는 EU 규정들과 얼마나 부합하느냐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자비드 영국 재무장관은 18일자 FT와 인터뷰에서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자체 규정을 만들어나갈 것이라면서 기업들에 이같은 상황에 대비하라고 밝힌 바 있다.


자비드 발언에 대해 영국 산업계가 들고 일어났고, 최대 노조인 유나이트는 규제 분화가 현실화할 경우 공급망 등으로 EU와 얽혀 있는 영국 자동차·항공·식음료 산업이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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