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테헤란로

[여의도에서] ‘탈원전’ 비밀·정답·공짜가 없다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27 16:33

수정 2020.01.27 16:33

[여의도에서] ‘탈원전’ 비밀·정답·공짜가 없다
세상에는 세 가지가 없다. '비밀, 정답, 공짜'이다. 이것이 문재인정부의 '탈원전'에도 딱 맞아보여 논해보겠다.

① 비밀=월성 원전 1호기 문제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지난해 말 월성 1호기 영구정지를 결정, 탈원전 쐐기를 박았다. 그러나 의혹이 꼬리를 물고, 이를 해명하느라 정부는 바쁘다.
핵심은 7000억원을 들여 수명(2022년 11월)을 연장한 월성 1호기의 영구정지가 타당하느냐, 경제성을 조작하지 않았냐는 것. 이를 결정한 원전 운영사업자 한국수력원자력 이사들의 배임, 주무부처 산업통상자원부의 묵인 의혹과 연관된다. 한수원이 월성 1호기 계속가동시 '1778억 이득' 분석보고서(초안)를 몇 차례 수정해 고의로 축소, 은폐했다는 게 야당의 주장이다. △원전 이용률을 낮췄고(70%→60%) △전력 판매단가를 떨어뜨려(1kwh당 60.76원→48.78원) △원전 계속가동 시 3707억원 이익을 최종 보고에선 224억원으로 축소했다는 의혹이다. 이에 한수원은 평가 전제를 바꾸라고 요구하지 않았고, 이런 내용을 이사들에게 보여줬다고 반박한다. 산업부도 "경제성 평가기준을 바꾸라고 압력을 행사한 사실이 없다"고 수차례 해명한다. 그러나 여당이 압승한 2018년 지방선거(6월 13일) 직후 한수원의 '6·15 긴급이사회'는 공기업으로서 깔끔하지 않았다. 논란을 자초했다. 당시 조기폐쇄를 결정하면서 근거자료를 명확히 내놓지 않았다. 합리적 의혹이라면 풀고 가야 한다.

② 정답=정부의 탈원전-태양광·풍력 확장 정책(신재생 2030)은 과속 중이다. 태양광은 부동산 투기처럼 번져 곳곳의 숲을 뒤엎었다. 발전사와 한국전력은 보조금을 써서 원가보다 비싸게 태양광 전기를 사와서 싸게 공급한다. 신재생 보조금 등 한전이 한 해 지불하는 정책비용이 8조원에 육박한다. 이런 비용들이 전기요금을 밀어올린다. 보조금이 지탱하는 '신재생 과속'이 고비용 구조를 고착시킨 것이다. 한 에너지공기업 대표는 "에너지전환은 부인할 수 없는 세계적 조류다. 그러나 현 정부에선 이를 선과 악, 대립의 구조로 바꿔버렸다. 정부 수장의 실언, 공무원들의 소통 부재, 결국 국민들 부담이고 정책의 실패"라고 소신 있는 비판을 했다. 원전을 탈(脫)하는 것이 정답인가, 원전을 확장하는 것이 옳은가. 정답은 없다. 이런 대전환에서 국민과의 소통과 협의, 이해의 과정은 생략됐다. 대립하던 '찬(贊)원전' 지식인 집단과 '반(反)원전' 시민집단의 갈등은 심화됐다. 집권한 것으로 국민들이 탈원전에 동의했다고 보는 것은 왜곡이다.

③ 공짜=원전 전기는 이론적으로 싸다. 원전 2기(1.4GW 2기)는 고작 1.92㎢(약 58만평) 부지에 건설된다(신고리 5·6호 기준). 1GW 전기를 생산하는 설비면적은 원전(약 0.92㎢)이 태양광(15.62㎢)의 17분의 1에 불과하다. 온실가스도 배출하지 않으니 원전은 현존하는 인류 최고의 에너지원이다. 그러나 이뿐인가. △자연재난에 완벽히 대응할 수 없는 한계 △거역할 수 없는 방사성폐기물 발생과 수십년 보존, 처리·해체 △원전 인근 주민들의 수용성 지속 등에 우리는 수조원을 쓰고 있고 또 써야 한다. 가동 원전 25기 중 19기가 밀집한 동해안 원전 지역민들과도 공존해야 한다.
소수의 불편 속에 현 세대의 편리를 제공하지만, 미래 세대는 늘어난 원전과 공존하는 비용을 내야 한다.

문 정부의 탈원전 에너지전환 2년7개월, 이 시점 확실한 것은 정권이 바뀌면 탈원전은 폐기된다(자유한국당 총선 제1공약)이다.
양극단의 원전 정책, 이것이 초래하는 막대한 비용은 늘 그래왔듯이 침묵하는 국민들 몫이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경제부 부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