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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수입품에 탄소세 물리겠다" 美 "보복관세 대응할 것"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27 17:54

수정 2020.01.27 17:54

美-EU 이번엔 '탄소세' 논쟁
다보스포럼서 환경정책 설전
디지털세 이어 또다시 갈등
EU
유럽과 미국 간 무역갈등이 '디지털세'에서 '탄소세' 논쟁으로 확산되고 있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유럽연합(EU)이 추진하는 탄소세를 새로운 무역장벽이라고 규정하고 EU가 도입을 강행할 경우 보복하겠다고 다짐했다.

EU와 미국간 무역갈등은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만나 조속한 무역합의를 약속하며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 했지만 다보스 포럼에서 탄소세 논쟁이 부상하면서 양측간 긴장도 다시 높아지고 있다.

로스 장관은 26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EU가 수입품에 탄소세를 물리면 맞대응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탄소세가 어떤 형태로 부과되느냐에 따라 그에 걸맞은 대응에 나설 것"이라면서 "탄소세는 그 핵심이 미국이 대응을 천명한 디지털세와 같은 보호주의"라고 규정했다.

유럽이 탄소세를 강행한다면 디지털세 추진에 미국이 보복관세 으름장을 놨던 것처럼 보복관세로 대응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보복관세 발언은 24일 다보스 포럼에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와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 간 설전에 비해 수위가 높아진 발언이다.

CNBC에 따르면 24일 다보스에서는 라가르드 총재와 므누신 장관이 환경정책을 놓고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라가르드가 기업들이 환경훼손을 비용으로 인식하도록 하는 경제모델을 중앙은행들의 주도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탄소세를 옹호하는 발언을 하자 므누신은 "세금을 매기려면 매겨라. 그러나 이같은 탄소세는 열심히 일하는 이들에 세금을 물리는 것"이라고 비난하는데 그쳤었다.

수입품에 탄소세를 물리는 것은 지난해 11월 출범한 폰 데어 라이옌 집행위원장의 EU 집행위 핵심 우선정책 과제 가운데 하나다.

폰 데어 라이엔 위원장은 최근 역내 탄소배출 제한을 위한 정책이 수입품으로 무력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세관 탄소 규정이나 세금을 통해 수입품에 대해서도 EU 환경정책이 적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 러시아, 인도 등 환경 기준이 느슨한 국가에서 들어오는 수입품 외에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로 적용 대상이 확대될 것임을 시사해왔다.

폰 데어 라이엔은 수입품에 탄소세를 물리는 배경으로 '공정성'을 강조해왔다. "해외에서 이산화탄소(CO2) 수입을 확대한다면 역내 온실가스 감축을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는 단순히 기후 이슈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유럽 기업들과 노동자들과 관련한 공정성의 문제이기도 하다"면서 "우리는 그들(유럽 기업들과 노동자들)을 불공정한 경쟁으로부터 보호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생산과정에서 CO2 배출이 많은 유럽 제품에 세금을 매기는 한편 수입품에 같은 조처를 취하지 않으면 생산비가 오른 유럽 제품이 경쟁에서 밀리게 되고, 결국 시장은 탄소세를 적용받지 않은 수입산이 장악하게 돼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는 물론이고, 유럽 기업과 노동자들만 피해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이같은 논리는 프랑스·영국·이탈리아·스페인·오스트리아 등이 미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구글·페이스북·아마존 등 미 정보기술(IT) 공룡들에 세금을 물리려는 디지털세(구글세) 도입과 맥을 같이 한다.
유럽 국가들은 이들 IT 공룡이 유럽에서 막대한 이윤을 내면서도 세금은 거의 내지 않아 유럽 기업들과 불공정 경쟁을 한다며 구글세 도입을 강조해왔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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