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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벤처투자 성장폭 둔화? "이제 숫자 보다 생태계 봐야" 업계 한목소리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29 15:19

수정 2020.01.29 15:59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9일 서울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2019년 벤처투자 실적 및 2020년 계획을 브리핑 하고 있다. 뉴스1 제공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9일 서울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2019년 벤처투자 실적 및 2020년 계획을 브리핑 하고 있다. 뉴스1 제공

[파이낸셜뉴스] 지난해 벤처투자(VC)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오히려 성장폭이 둔화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그러나 벤처캐피털업계에서는 "2018년 추경으로 인한 기저효과와 VC 시장에서 생기는 시간차 때문에 생긴 오해일 뿐, 성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29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벤처펀드 결성액은 4조1105억원으로, 전년(4조8208억원) 대비 14.7% 감소했다. 민간은행이나 연기금 등 기관출자자의 펀드 참여가 줄면서 펀드 결성액은 전년에 비해 줄어든 것이다.


또한 중기부는 올해 벤처투자 규모를 4조6000억원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다. 2017년부터 매년 30% 이상 성장해 온 것과 달리, 올해 시장 성장률은 7%에 그치는 것을 나온 것이다. 실제로 이날 박영선 중기부 장관도 "(VC 시장이) 매년 똑같이 성장할 순 없다.두 자리로 규모가 커지면 성장폭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벤처캐피털업계는 "업계가 여전히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의 숫자 보단 방향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업계 관계자들은 "벤처투자는 8~10년 단위로 이뤄지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생태계 전반을 육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성인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은 "지난 2018년에 추경으로 출자금액이 확 늘어나면서 펀드결성액이 갑자기 커지면서, 기저효과로 올해 펀드결성이 줄어든 것"이라며 "어차피 만들어진 펀드가 한꺼번에 투자되는 것도 아니다. 1년 단위로 펀드 결성을 보기 보다는, 벤처투자가 꾸준하게 늘어나고 있다는 트렌드(경향성)을 중심으로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신진호 KTB네트워크 대표도 "투자금액이 얼마나 커졌냐, 펀드결성이 얼마나 커졌냐는 것 보다, 방향성을 봐야한다"며 "예전에는 펀딩이 안 돼서 벤처기업이 크지 못 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왔지만, 이제 우리나라 벤처기업들도 더 큰 회사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오히려 VC 시장 규모가 갑자기 커지면서 '기업가치 인플레이션'도 일어나고 있다는 우려감도 나타냈다. 한 VC업체 대표는 "기관출자자(LP)들은 VC시장에 돈이 몰리면서 투자기업들의 밸류가 너무 높아진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며 "투자금 증가 속도가 유망한 스타트업이 생기는 속도 보다 빠르다 보니, 일시적이지만 이런 우려도 필연적으로 나온다. 다만 이제 업계에서 '스타트업을 하면 충분히 필요한 자금을 모을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VC업계는 "정부가 '유니콘 갯수', '벤처투자 규모' 등 숫자에 집중하기 보다는 이 정책 기조를 장기적으로 유지하면서 '벤처 생태계'를 육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신진호 대표는 "VC 펀드는 8~10년 주기의 장기 투자 펀드다. 민간과 정부가 당장 돈이 몰리면 관심을 과도하게 갖다가, 성과가 당장 안 나면 바로 관심을 꺼선 안 된다"며 "단기적인 시장 상황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하게 기조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성인 회장은 "벤처도 생태계라 선순환이 중요하다. 창업이 활성화 안 되면 VC도 활성화 안 되고 엑시트(회수)도 안 된다.
투자만 늘린다고 다 늘어나는 게 아니다. 전체가 맞물려 커져야 한다"며 "그동안 창업과 투자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스케일업과 회수도 신경써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가 발표한 '스케일업 펀드'는 의미가 깊다"고 설명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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