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수수료 인상 없다는 배민, 믿어도 될까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30 18:04

수정 2020.01.30 18:04

[기자수첩] 수수료 인상 없다는 배민, 믿어도 될까
"배달의민족이 수수료를 올리지 않겠다고 우리에게 공식적으로 얘기했다. 소비자 입장에선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는 문제인데, 신뢰 구축을 위해 중기부가 노력하겠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 29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중기부가 소상공인이나 외식업중앙회, 배민 등의 중개인 역할을 하면서 물밑에서 양측 입장을 조율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근 소상공인연합회는 배민금지법을 발의해야 한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당장 요기요는 배달의민족 인수 발표를 하자마자 치킨 등 주요 프랜차이즈 수수료 인상에 들어갔다. 요기요는 일반 업체의 경우 기본수수료 12.5%에 부가세, 카드결제 수수료 등을 포함해 15% 넘는 수수료를 부과해 업계 최고 수준이다.
프랜차이즈는 가맹점 수에 따라 7~10% 수수료를 받는데 이 비용을 올리겠다고 나선 것이다. 배달의민족이 요기요에 넘어간다면 배달의민족도 수수료를 비슷한 수준으로 올릴 가능성이 커 보인다.

중개수수료를 바로 올리지 않는다 해도 할인쿠폰 이벤트 등을 줄일 것이라는 소비자의 우려도 무시할 수 없다. 실제 배민과 요기요의 할인경쟁이 예전 같지 않은 분위기다. 한때 배달의민족은 3000원짜리 쿠폰 5장을 1100원에 파는가 하면 요기요는 정기적으로 반값 이벤트를 해 왔다. 하지만 최근들어 양사 간의 할인경쟁은 볼 수 없었다. 요기요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가 배달의민족까지 인수하면 시장점유율이 90%에 달해 서로 경쟁할 필요가 없어져 소비자 혜택은 더욱 줄어들 수 있다.

이 와중에 박 장관이 배달의민족에서 자신에게 수수료 인상은 없다고 말해왔다는 입장만 반복하는 것은 향후 생길 독과점의 폐해를 외면하는 것일 수 있다.
물론 기업결합심사를 하는 것은 공정거래위원회이지만 중기부 차원에서 이 사안을 좀 더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목적으로 하는 스타트업, 유니콘 기업 입장만 생각해서 될 게 아니다.
유니콘 기업 수 늘리기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사회적 문제들도 고려해야 한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산업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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