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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벤처가 희망이다

강재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30 18:04

수정 2020.01.30 18:04

[여의도에서] 벤처가 희망이다
벤처투자가 대한민국의 새 희망이 되고 있다. 최근 만난 인공지능(AI) 관련 스타트업 A 대표는 "요즘 같은 시절이면 일할 맛이 난다. 우리 기술을 믿고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들이 많다 보니 앞으로 좋은 아이디어로 사업을 키워나갈 생각만 하고 있다"고 인사를 했다.

이 대표는 "스타트업 업계는 문재인정부가 벤처투자(VC) 활성화 등을 위해 다방면으로 지원해주고 있다. 역대 어느 정부보다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며 "지인들에게도 취업보다는 창업, 그중에서도 스타트업을 시작하라고 권한다"고 전했다.

서른 초반인 A 대표는 국내 대표기업인 S사를 다니다 퇴사 후 창업 2년차를 맞고 있다.
매출은 아직 미미하지만 24시간 밤을 새워 일해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말했다. 물론 여기에는 기업이 지속될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해주는 정부 지원의 힘이 컸다.

바야흐로 벤처투자 4조원 시대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벤처투자는 4조2777억원으로, 2018년(3조4249억원) 대비 25% 증가하며 역대 최초로 4조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최근 3년간 추이를 살펴보면 매년 조단위 숫자가 바뀔 정도로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과 비교하면 1.8배 늘었다. 2018년 엔젤투자도 5538억원을 기록하며, 지난 18년간 깨지지 않았던 제1 벤처붐 시절의 엔젤투자액(5493억원)도 넘어섰다.

벤처투자 금액이 증가하면서 벤처투자를 받은 기업은 1608개로, 지난해 대비 15% 증가하며 더 많은 스타트업이 벤처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투자기업 수뿐만 아니라 기업당 평균 투자규모도 2018년 24억4810만원에서 26억6026만원으로 2억원 이상 증가하며 대형화 추세를 보였다.

정부 지원을 받아서인지 국내 유니콘 기업은 현재 11개로 미국, 중국, 영국, 독일 등에 이어 6위를 차지하고 있다. 과거 10위권 밖이었던 것과 비교해 보면 빠른 성장세다. 정부는 오는 2022년 유니콘 기업을 30개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벤처투자 열풍 속에 대학가 취업게시판에는 취업보다 창업 관련 게시물이 줄을 잇고 있다. 서울 시내 B기업 취업게시판은 '스마트 팩토리 관련 창업 동반자' 'AI 개발자'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B 학교 취업담당자는 "과거와 달리 취업보다는 창업 관련 문의가 70%를 차지할 정도"라며 바뀐 취업환경을 이야기해줬다.

다만 문제점도 있다. 자칫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와 같은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VC업계에는 "정부 지원금을 받기 위한 유령회사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여기에 '좀비기업' 등 회생불가 기업에 국민의 세금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벤처투자금액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며 '양'적 확장은 있지만 이 중 '질'적으로 어느 정도의 기업이 성장해 나갈 수 있느냐도 관건이다.
기업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벤처투자 성공 여부를 판가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벤처투자와 벤처기업은 미래의 희망이 되고 있다.
핀란드가 'IT 공룡' 노키아가 무너진 이후 '창업의 나라'로 거듭나면서 유지되고 있는 것이 이를 잘 알려준다.

kjw@fnnews.com 강재웅 산업2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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