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정치

英, 47년 만에 EU 공동체에서 탈퇴...희비 엇갈려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31 16:00

수정 2020.01.31 16:00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반대하는 시위대가 30일(현지시간) 런던 의회 밖에서 EU 깃발과 영국 국기를 함께 들고 행진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반대하는 시위대가 30일(현지시간) 런던 의회 밖에서 EU 깃발과 영국 국기를 함께 들고 행진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 지난 3년 7개월 동안 유럽연합(EU)과 탈퇴 협상을 벌였던 영국이 이달 31일 오후 11시(한국시간 2월 1일 오전 8시)에 공식적으로 EU에서 탈퇴한다. 영국 내부에서는 EU 탈퇴(브렉시트) 찬반 집회가 동시에 열리며 긴장이 감돌고 있으나 브렉시트 이행기간이 끝나는 올해 말까지는 일상에 큰 변화를 겪지 않을 전망이다.

1973년에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합류했던 영국은 47년 만에 EU를 떠나며 첫 탈퇴국이라는 기록을 남길 예정이다.

역사적으로 유럽 대륙과 스스로를 구분하며 살았던 영국인들은 2014년 유럽 난민 사태 당시 EU에 들어온 난민들이 상대적으로 부유한 영국으로 몰려들면서 큰 혼란을 겪었다.
영국 정부는 EU 내 자유로운 통행을 보장하는 '솅겐조약' 때문에 난민을 거부할 수 없었고 다른 EU 회원국들은 영국이 난민의 복지까지 감당하는 상황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 영국 내 우파 세력은 영국이 막대한 EU 예산을 부담하면서도 스스로 국경을 통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EU가 전제 국가처럼 회원국의 주권을 침해하면서 영국을 이용한다고 주장했다.

영국인들은 2016년 6월 국민투표에서 52%의 찬성표로 브렉시트를 결정했고 곧장 EU 협상에 들어갔다. 2017년에 취임한 테리사 메이 전 영국 총리는 EU와 무역 및 국경 협상에서 난항을 거듭하며 수차례 브렉시트 실시일을 미루다 지난해 사임했다. 뒤를 이은 보리스 존슨 총리는 지난해 10월 극적으로 협상 타결에 성공했다.

EU는 지난 29일 브렉시트 협정을 비준하면서 브렉시트를 위한 모든 법적인 절차를 마쳤다. 벨기에 브뤼셀 EU 본부에 걸려있는 영국 국기는 브렉시트와 동시에 내려져 박물관에 들어간다.

영국 내부에서는 희비가 엇갈린다. 존슨 총리는 31일에 과거 자신이 2016년 처음으로 브렉시트 운동을 시작했던 영국 북동부 선더랜드에서 내각 회의를 열고 브렉시트 1시간 전인 오후 10시에 대국민 성명을 발표하기로 했다. 런던 총리관저에는 카운트다운을 위한 시계 장치가 설치됐고 런던 의회 광장 주변 정부 건물에는 영국 국기가 내걸리게 된다. 브렉시트 지지자들은 의회 광장에서 축하 집회를 열기로 했다. BBC가 미리 입수한 대국민 성명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브렉시트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것이다. 새로운 시대의 여명이다"라고 말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국민투표부터 압도적으로 브렉시트를 반대했던 스코틀랜드인들은 글래스고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촛불 집회을 열기로 했다. BBC는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이 이날 연설에서 잉글랜드 주도의 중앙 정치를 비난하고 스코틀랜드가 강제적으로 EU에서 탈퇴했다는 점을 역설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영국은 탈퇴 이후에도 이행기간이 끝나는 올해 말까지 EU 단일 관세 동맹에 남아 자유롭게 무역할 수 있다.
영국인은 종전처럼 EU를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으며 EU 차원에서 적용되던 면허나 연금 등도 계속 이용할 수 있다. 대신 영국은 이행기간 동안 계속해서 EU 예산을 보태야 하며 재판 과정에서 유럽사법재판소(ECJ)의 결정을 따라야 한다.
아울러 영국은 이행기간 동안 EU 정상 회의에 초청 없이 참석할 수 없고 이행기간 안에는 타국과 공식적인 무역협상을 시작할 수 없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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