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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약금 물더라도 취소 vs 너무 호들갑’…관광업계 ‘비상’

뉴스1

입력 2020.02.02 08:01

수정 2020.02.02 08:01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항공사 직원들과 여행객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2020.1.31/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항공사 직원들과 여행객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2020.1.31/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우한폐렴의 여파로 한 여행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1.30/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우한폐렴의 여파로 한 여행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1.30/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응급의료센터 앞에서 병원 관계자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0.1.31/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응급의료센터 앞에서 병원 관계자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0.1.31/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광주=뉴스1) 허단비 기자 = "3박4일 캄보디아 여행 상품 취소 위약금 수수료만 총 733만2300원이지만 안전을 생각해 여행을 포기했어요." - 윤모씨.

"불안감이 과한 것 같아요. 여행 가더라도 개인 위생만 철저히 하면 괜찮은 것 아닌가요?" - 최모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국내 확진자가 2일 12명으로 늘어나는 등 이른바 '우한폐렴' 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해외 여행을 계획한 시민들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불안함' 때문에 여행을 취소하는 이들이 있는가하면 '과도한 불안감'이라며 예정된 여행을 강행하기도 한다.

광주에 거주하는 윤모씨(52). 최근 휴가차 지인 8명과 함께 캄보디아 여행을 가기로 했으나 지인들과 진지하게 상의한 끝에 결국 여행을 취소했다.

3박4일 캄보디아 여행 상품은 1인당 104만9000원. 윤씨 일행은 여행개시 1~9일 전에 취소해 항공요금 50만원과 여행요금의 30%인 31만4700원 등 1인당 81만4700원으로 총 733만2300원의 위약금을 내야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국내 추가 확진자 발생', '우한폐렴, 중국 다녀오지 않아도 감염됐다', '우한폐렴, 2차.3차 감염자도 나와' 등 뉴스와 포털을 장악한 기사들은 윤씨가 700여만원의 '수수료 폭탄'을 감수하게 만들었다.

윤씨는 "2차, 3차 감염자도 나온 마당에 사람이 밀집한 공항이나 관광지를 가는게 맞는지 고민됐다"며 "지인들이 모두 50대 이상으로 연령대가 좀 있기도 하고 위험을 감수하고 이 시국에 여행을 가는 건 아닌 것 같다는 의견이 많아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반면 공무원인 최모씨(45)의 가족은 전날 3박5일 일정으로 괌여행을 떠났다.

최씨는 부득이한 사정으로 가족여행에 동참하지 못했지만 어머니 칠순을 맞아 떠난 여행에는 최씨 아내와 아이들을 비롯해 친척 13명이 함께했다.

최씨는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어머니 칠순여행을 취소할 수 없었다. 우한폐렴 때문에 고민하기도 했지만 중국도 아니고,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하면 괜찮을 것이라 판단해 모두 예정된 여행을 나섰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에서 '우한폐렴'때문에 걱정되지 않느냐고 묻기도 했는데 사실 뉴스에서만 불안감, 공포심을 조장하지 일상에서는 마스크를 쓰는 사람도 그다지 많지 않고 아직 체감을 못하겠다"며 "오히려 불안감이 과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계획한 해외 여행을 떠날지, 취소할지 정답은 없다. 다만, 우한폐렴 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일정을 취소하는 여행객들은 확연히 늘었다.

광주와 전남지역은 아직까지 확진자가 발생하거나 감염자들의 이동경로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일선 여행사에는 항공권 취소 문의가 평소보다 2~3배 늘었다.

목포의 한 여행사 관계자는 "확실이 국내 확진자가 늘어날 수록 여행 취소 문의 전화가 늘었다. 중국 뿐만 아니라 우한폐렴 감염자가 발생한 나라로 여행을 가는 분들 역시 상담 문의를 많이 주신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나, 중국을 경유하는 항공편 같은 경우는 적절한 안내 절차에 따라 환불을 해드린다"며 "하지만 막연히 감염자가 나온 나라나 감염자가 없지만 단순히 공항을 이용하는 것이 우려스럽다는 이유로 취소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어 참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광주의 한 여행사 역시 사정은 비슷했다. 이 여행사도 무안국제공항을 이용하는 동남아 패키지 상품을 주로 판매하고 있었다.

이 여행사 관계자는 "우한폐렴과 관련이 없는 나라여도 취소 수수료가 얼마 정도인지, 아이를 동반해도 되는지, 환불한 다른 여행객은 얼마나 많은지 등 상담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연령대가 있거나 아이를 동반하는 여행객의 경우 불안한 심정은 충분히 이해한다. 개인 위생을 철저히하면 괜찮다고 안심시켜드리지만 정 불안하신 분들은 수수료를 감수하고도 환불 요구를 하신다"고 말했다.

한편 우한폐렴과 관련해 항공사 별로 취소 수수료와 환불규정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의 항공사가 중국 모든 노선 항공권(일부 공항은 홍콩, 마카오 제외)에 대한 취소 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다.

중국 노선을 제외한 다른 국가는 평소와 같이 항공사 환불규정에 따라 수수료가 발생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전염병에 과잉 대응하는 것은 옳은 방법이지만 국민들이 과한 불안에 휩싸이는 것은 괴담과 억측을 만들어 국민적 공포심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대한 사람이 밀집한 지역을 피하는 것이 좋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정부에서 발표한 우한폐렴 대응지침을 잘 숙지한 후 마스크 착용과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해야한다"고 당부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중국과 중국 경유 노선이 아니라면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만약 해외에서 발열이나 기침 등 폐렴 의심 증상을 보인다면 즉시 영사관으로 연락을 취해주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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