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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문학상 논란' 확산…윤이형 '절필' 선언에 동료작가도 보이콧

제43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자 윤이형 작가© News1
제43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자 윤이형 작가© News1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지난해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가인 윤이형 소설가(44)가 최근 "제가 받은 이상문학상을 돌려드리고 싶다"면서 '절필' 선언을 하자 다른 작가들도 이에 연대해 이상문학상 주관사인 문학사상사 보이콧에 나섰다.

윤이형 소설가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트위터에 공식입장을 올리고 "이미 상금을 받았고 부수적 이익들을 받아 누렸고, 저작권 개념에 대한 인식 미비로 양도 문서에 사인을 했기 때문에 제 작품을 그 일에서 떼어낼 수도 없게 됐다"며 "상에 대해 항의할 방법이 활동을 영구히 그만두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윤이형 소설가는 지난해 중편소설 '그들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고양이'로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문학사상사가 주관하는 이상문학상은 지난 1977년부터 매년 초 대상 수상작과 우수상 수상작을 선정해 발표해왔다.

그러나 올해 이상문학상은 김금희, 최은영, 이기호 등 소설가들이 저작권 계약 등의 문제를 제기하며 우수상 수상을 거부해 발표가 무기한 연기된 상황이다. 김금희 소설가가 공개한 계약서 내용에 따르면 수상작 저작권은 문학사상사에 3년간 양도하고, 수상작을 개인 단편집 표제작으로 쓸 수 없으며, 다른 단행본에 수록할 수 없다.

당시 문학사상사 측은 "직원 실수로 대상 수상자에게 갈 서류가 우수상 수상자에게 갔다" "계약서상 용어 문제로 생긴 오해" 등의 입장을 밝히며 "상황을 확실히 정리해 입장문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윤이형 소설가는 김금희 소설가가 저작권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한 이후 문학사상사에 메일을 보내 해명과 사과를 부탁했지만 지난달 10일 문학사상사 대표로부터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공식입장을 준비 중이란 답변만 받았다고도, 트위터를 통해 전했다.

그러면서 윤이형 소설가는 같은 날 저녁 문학사상사 전 직원과 통화를 했고, 해당 직원으로부터 "우수상 수상자들의 저작권을 문학사상사에 묶어 놓는 부당한 조항은 지난 두 해만 적용됐던 것이 아니었고, 아주 오래 전부터 문학사상사 회장님께서 그런 문서를 우수상 수상자들에게도 보내라고 강요했다"란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윤이형 소설가는 "(전 직원은) 올해 뉴스에 보도된 것처럼 직원 한 사람의 실수가 아니라고 했다"며 "이 이야기를 들려주신 전 직원은 회장님과의 알력 끝에 지난해 퇴사를 하신 상태로, 명백하게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윤이형 소설가는 "활동 중단을 결심하고 청탁들과 계약들을 취소하기 시작했다. 수치심과 자괴감을 견딜 수 없었고, 더 이상 문학계에서 어떤 곳을 믿고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작가가 마음 놓고 일을 하고 작품을 발표할 수 있을까. 대체 무엇을, 어떤 인정과 평가를 신뢰할 수 있을까"라고 했다.

그는 "이런 환경에서 더 이상 일하고 싶지 않다. 일할 수 없다"며 "일하지 않는 것이 제 작품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작가를 그만둔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문학사상사는 이상문학상을 자의적으로 운영한 것, 우수상 수상자들의 저작권을 불공정한 방식으로 빼앗은 것, 형식상의 계약서를 보내며 거래하듯 상을 수여해 작가들에게 부당한 상황을 만든 것 등에 입장 표명하고 사과하라'며 "앞으로 정상적으로 운영할 것임을 약속해달라"고 했다.

이 글이 올라오자 동료 작가들은 물론이고 일반 독자들까지 문학사상사 보이콧 운동에 나서며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SNS 상에는 '#문학사상사_업무_거부' 해시태그가 줄을 잇고 있고, 일반 독자들은 책을 구매하지 않겠다는 반응도 보이고 있다.

황정은 소설가는 1일 SNS에 "윤이형 작가의 피로와 절망에 그리고 절필에 책임을 느낀다.
고통을 겪고 있을 수상자들에게 연대하고 싶다'며 "문학사상사는 이 수치심과 부끄러움을 더는 작가들에게 떠밀지 말고 제대로 논의하고 사과하고 대책을 마련하라"고 비판했다.

이외에도 소설가 권여선, 구병모, 조해진, 장류진, 정세랑 등과 시인 오은, 권창섭 등 수많은 동료작가들이 문학사상사 보이콧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윤이형 소설가는 이같은 움직임에 지난 1일 "연대해주신 모든 분들과 동료작가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며 "사실을 알리고 해결을 촉구하고 싶었고, 작가들의 환경이 개선되길 바랄 뿐이고, 어째서 반성하는 주체는 항상 작가들이어야 하는지 묻고 싶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