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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자에게만 시술과정 설명한 병원…2심 "2000만원 배상"

박지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03 09:43

수정 2020.02.03 09:43

보호자에게만 시술과정 설명한 병원…2심

[파이낸셜뉴스] 뇌혈관 조영술을 받은 후 우측 편마비와 언어장애가 온 모야모야병 환아에게 법원이 패소 판결한 원심을 뒤집고 병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조영술 시행 과정에서 병원 측의 과실은 없으나, 시술을 받는 환아에게 시술과정을 설명하지 않아 자기 결정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해서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9부(이창형 부장판사)는 A양과 A양의 어머니가 서울대학교 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2000만원을 배상하라"며 패소 판결을 한 1심을 깨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모야모야 병을 앓던 A양은 지난 2016년 6월17일 서울대학교병원에 내원해 수술을 받기로 결정했다.

모야모야병은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동맥혈관 말단 부위가 서서히 좁아지다가 결국 막히게 되면서, 부족한 혈류량을 채우기 위해 미세한 혈관들이 생겨나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두통, 발작, 마비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소아는 성인보다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수술을 받지 않으면 영구적인 신경 장애가 남는다.


이에 병원 측은 수술 전 A양의 뇌혈관의 모양과 굵기를 파악하기 위해 뇌혈관에 조영제를 주입하고, 엑스레이로 촬영하는 조영술을 받도록 했다.

A양은 7월 1일 오전 9시부터 조영술을 받았으나, 시술이 끝난 3시간 뒤부터 입술이 실룩거리고 말이 어눌해지는 증상을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A양의 어머니는 의료진에게 상황을 알렸고, 병원 측은 진정제인 '아티반' 투여, 생리식염수 주입, CT촬영 등을 실행했다.

그러나 A양의 경련은 점점 심해졌고, 결국 뇌MRI 검사 결과 급성 뇌경색 소견을 보여 오후 6시52분께 중환자실로 이동해 집중치료를 받았다.

같은 달 13일 A양은 모야모야병 수술을 받고 퇴원을 했다. 하지만 꾸준한 재활치료에도 A양은 영구적인 우측 편마비 및 언어기능 저하 후유장애를 진단받았다.

이에 A양과 A양의 어머니는 "이미 모야모야병을 진단받고 온 환자에게 침습적 시술인 조영술을 무리하게 시행했다"며 "의료진으로부터 조영술의 합병증, 부작용 등에 대해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먼저 1심 재판부는 △A양이 처음 병원에 내원할 당시 병의 진행 경과가 상당해 뇌경색은 자연 경과로 인한 것으로 볼 수도 있는 점 △조영술 시행 중 의료진의 과실이 없는 점 △조영술 후 의료진이 적절한 처치를 한 점 등을 들어 병원 측에서 조영술을 시행한 것은 적절하다고 봤다.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서도 1심 재판부는 "병원 측은 미성년자인 A양의 보호자에게 조영술의 필요성, 방법 내용에 대해 설명했으며, 시술동의서에 보호자의 사인도 기재돼있다"며 A양 측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해당 판결에 불복한 A양 측은 항소했고, 사건은 서울고법으로 넘어왔다.

그러나 2심은 병원 측의 설명의무 위반으로 A양의 자기결정권이 침해됐다며 위자료 2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환아에게 침습적 시술을 시행하는 경우에는 의료진이 직접 시술과정을 설명해 긴장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의사소통이 어려울 경우에는 전신마취 상태에서 시술 해야한다"며 "A양의 어머니에게 시술동의서를 제시한 것은 인정이 되나, A양에게 직접 설명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조영술 시행상의 과실에 대해서는 1심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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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a@fnnews.com 박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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