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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역전 기로의 최충연과 박세진[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성일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03 13:55

수정 2020.02.03 13:55

경북고 시절 최충연. 사진=fnDB
경북고 시절 최충연. 사진=fnDB


5년 전 ‘2015 전국 명문고 야구열전’ 취재를 위해 경북고에 들렀을 때였다. 당시 박상길 감독은 내내 박세진(23·kt) 얘기만 했다. 그의 형 박세웅(25·롯데)을 스카우트한 이유가 동생을 미리 붙잡아 두기 위해서라는 스카우트 비화도 들려주었다.

경북고에는 또 다른 투수 최충연(23·삼성)이 있었다. 최충연에 대해선 별로 얘기가 없었다. 많이 늘었다 정도였다.
삼성의 스카우트 표적도 박세진에 집중되어 있었다. 둘 다 데려올 수 있으면 최상이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박세진이었다.

왼손 박세진은 능수능란한 투수였다. 고등학교 투수로는 드물게 보는 마운드 운용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스피드만 빼면 전성기의 구대성을 연상시켰다. 반면 최충연은 스피드가 장점이었다. 140㎞ 중반을 던진다는 감독의 귀띔.

완성에 가까운 기교파와 미완의 파이어볼러. 스카우트들이 가장 난제로 꼽는 대목이다. 둘 다를 겸비하면 금상첨화겠지만. 몇 개월 후 삼성의 선택은 최충연이었다. 박세진이라는 카드는 최충연으로 둔갑했다. 며칠 후 최충연은 제 43회 봉황대기 고교야구선수권대회서 MVP에 올라 삼성이 그를 선택한 이유를 스스로 입증했다.

프로 1,2년 차엔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둘 다 썩 좋지 않았다. 입단 3년 차인 2018년 최충연은 고교 동창 박세진을 완전히 밀어냈다. 최충연은 4월 13일 한화전서 최고 구속 150㎞의 강속구를 선보였다. 1이닝을 던져 안타 2개를 맞았지만 삼진 두 개와 맞바꾸었다. 무실점 시즌 첫 홀드.

kt위즈 박세진. /사진=뉴스1
kt위즈 박세진. /사진=뉴스1


박세진은 4월 12일 NC전서 선발로 나와 첫 승을 챙겼다. 다음 번 SK와 롯데전서는 부진했다. 결국 4월 25일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이후 1,2군을 오르내렸다. 팔꿈치 수술로 완전히 아웃. 2019년엔 아예 잊힌 선수가 됐다.

최충연은 2018년 아시안게임 대표선수로 뽑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입단 3년 만에 정점에 올랐다. 2018년 2승 6패 8세이브 16홀드 평균자책점 3.60. 최고 구속 150㎞대 초반의 장신(190㎝) 강속구 투수. 한국 야구가 꿈꿔온 스타 투수의 탄생이었다.

지난 해 최충연은 침몰했다. 선발 투수로의 전환을 꿈꿨으나 실패. 구원으로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차라리 박세진의 침묵이 더 나아보였다. 희비는 10월에서 11월에 걸친 kt의 대만 마무리 훈련에서 갈리기 시작했다.

이 기간 박세진은 유망주의 모습을 되찾았다. 이강철 감독은 그에게 배제성(24·kt)의 모습을 보았다. 배제성은 3년 내내 1승도 못했다. 지난 해 돌연 10승(10패, 평균자책점 3.76)투수로 우뚝 섰다. 박세진이 제 2의 배제성이 되어주면 kt는 한결 편해진다. 가을 야구 진출을 노려볼 만하다.

최충연은 2019년 심한 혼란을 경험했다. 이제 제자리를 찾나 했는데. 최충연은 지난 달 24일 대구에서 음주운전 단속에 걸렸다. 지난 해 박한이를 음주운전으로 은퇴시킨 삼성은 충격을 받았다. 최충연에겐 중징계가 내려질 방침이다. 삼성의 스프링캠프 명단에서도 제외됐다.

고교시절 이영하(23·선린정보고-두산) 최충연 박세진은 한국 야구의 미래를 짊어질 투수들로 기대를 모았다.
이영하는 국내 최고 투수 반열에 올라섰다. 박세진도 뒤늦게 합류할 예정이다.
그러나 맨 먼저 그 자리에 섰던 최충연은 선수 생활 지속마저 위태롭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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