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현직 부장판사 "정치하는 법관들, 법원 간섭은 사법부 독립 독 된다"

이진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03 16:01

수정 2020.02.03 16:15

김태규 부장판사/사진=뉴스1
김태규 부장판사/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정치인의 길을 가셨으니 이제 법원에 대해 간섭하시는 것이 오히려 사법부의 독립에 독이 될 수 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태규 부산지법 부장판사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의혹’을 폭로한 전직 판사들의 정치 진출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김 부장판사는 “2017년에 시작된 사법파동은 이전의 사법파동과는 성격을 달리했다”며 “그 주도세력이 오히려 법원 내에서 주류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고, 법원 수뇌부의 지지를 받거나 입장을 같이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 공격의 대상은 이미 법원을 떠났거나 법원 내에 잔류하더라도 크게 목소리를 낼 수 없는 비주류들이었다”며 “어떠한 권한을 행사할 수도 저항할 수도 없는 이들에 대해 과거 행위를 문제 삼고, 그 책임을 물으며 척결하는 모양새를 취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법원자살’이라는 표현을 거론하면서 “법원은 두 토막이 났고, 법원 내 이념 분화의 양상까지 비쳤다. 법원 수뇌부는 이 사태를 수습하기보다 주류의 행위를 옹호하거나 묵인하는 태도를 취해 법원 스스로 자해하는 모습을 대중에게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재판거래’ 의혹이 세간에 제기된 데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선을 내비쳤다.

“대법원 안에서 재판거래를 하려면 그 개성 강한 대법관들 14명이 모두 한통속으로 의기투합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얻고자 하는 이익이 서로 간에 모순 없이 모두 구현돼야 한다”며 “그 대법관들 개개인에게 소속된 서너명의 재판연구관(전원 판사임)의 눈을 피해야 한다”고 재판거래 의혹은 있을 수 없다는 취지로 지적했다.

김 부장판사는 “더 많은 물리적 제약이 있지만 이 정도의 물리적 제약만 언급해도 거의 가능성이 없다”며 “재판거래라고 하면서 법관들이 무슨 돈이라도 받고 재판을 거래한 것처럼 비치게 글을 쓴 것이라든가, 세계에 유래 없이 우리나라에만 있었다는 등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든 지경의 글들이 올라 있다”고 한탄했다.

이어 최근 민주당에 입당해 총선 출마 의사를 밝힌 이수진 전 수원지법 부장판사와 이탄희 변호사를 겨냥한 듯 정치행보를 밟고 있는 법관들에 대한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김 부장판사는 "법원이 건국 이래로 가장 혹독한 사법파동을 겪었는데, 그 당시 그 무대 한 가운데 섰던 법관들 중 일부가 선거철이 오니 정치를 하러 가셨다"고 지적했다.

그는 “직업선택의 자유가 있고, 피선거권에 제한이 없는데 정치를 하는 것이 무슨 잘못 이겠나”라면서도 “다만 그 분들이 사법부의 독립과 정의를 외치며 일으켰던 커다란 소용돌이는 이제 오롯이 남겨진 사람들이 감당해 내야할 몫이 됐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 분들 몸에 투영된 법관의 이미지가 채 가시기도 전에 서둘러 정치로 입문하셨다.
어떤 분은 정치인으로의 길을 선언하시고서도 여전히 ‘법관탄핵’을 말면서 남은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며 더 이상 법원을 흔들지 말라는 취지로 뼈있는 당부를 전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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