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한국 골드만삭스’의 꿈

김현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03 17:19

수정 2020.02.03 17:19

[기자수첩] ‘한국 골드만삭스’의 꿈
"라임자산운용이 메자닌을 개방형 펀드에 대거 담는다고 했을 때 이미 위험을 감지했습니다"

대체투자를 주로 하는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라임 사태'가 메자닌채권과 사모펀드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이어져 안타깝다며 이같이 말했다. 대체투자업계는 메자닌 투자는 옥석 고르기를 제대로 한다면 일정 수준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고 리픽싱(전환가액 조정) 등 안전장치가 확실한 투자상품이라고 말한다.

라임 사태는 '선량한' 대체투자운용사들까지 그늘지게 하고 있다. 라임사태는 메자닌·사모펀드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라임운용이 투자하는 기업들을 살펴보면 대체로 재무상태가 불안정한 회사였다. 업계에서는 이미 불안한 투자라는 인식이 퍼져 있었다"고 전했다.
국내 1위 사모펀드 운용사였던 라임운용의 투자 방식을 따라 하는 운용사도 우후죽순 생겨났다.

비단 운용사만의 잘못이었을까. 증권사의 수수료 경쟁이 이러한 무리한 투자를 부추겼다는 지적이 거세다. 증권사들은 운용사에게 '투자자에게 잘 팔릴 만한' 단기형 펀드 설정을 요구했고, 결국 무리한 펀드 투자의 덩치를 키웠다. 또 증권사들은 운용사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을 때 운용사에게 TRS 규모를 더 키우라고 요구했다. 결국 '수수료 장사'였다.

기초자산을 평가하는 채권평가사, 신용평가사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운용사들은 증권사와 TRS 계약을 맺을 당시 채권평가사와 신용평가사로부터 기초자산에 해당하는 펀드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기초자산 평가부터 제대로 이뤄졌는지 살펴볼 일이다. 감독기구가 공시 모니터링만 제대로 했어도 라임운용의 위험한 투자는 막았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몇 년 전부터 한국의 골드만삭스를 꿈꾸라고 부추겼던 것은 금융당국이었다.

투자업계의 자금조달 등 금융 기술은 업계의 탐욕에 비례해서 화려하고 복잡해졌다.
그러나 그에 걸맞은 기초자산 평가, 감독기구, 투자업계의 인프라 수준이 올라왔는지는 의문이다. 너도나도 꿈꾼 한국판 골드만삭스의 꿈은 투자자 보호 실패로 이어지고 있다.
외형 성장만 독촉하다 보니 내실을 갖추지 않고 투자업계의 탐욕만 키운 결과다.

khj91@fnnews.com 김현정 증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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