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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직권남용 엄격해석" 여파…'채동욱 정보유출' 2심도 선고연기

뉴스1

입력 2020.02.04 16:25

수정 2020.02.04 16:25

'남재준 전 국정원장. © News1 황기선 기자
'남재준 전 국정원장.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등 개인정보를 불법적인 방법으로 유출한 혐의를 받는 남재준 전 국가정보원장의 항소심 선고가 미뤄졌다.

대법원이 직권남용죄에 대한 기준을 제시한 것이 이번 사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재판부의 판단에 따른 결정이다.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판사 윤종구)는 4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남 전 원장의 항소심 선고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재판 재개를 결정했다.

재판부는 "불완전하게라도 재판부가 현재까지의 증거와 범의를 기초로 판결을 선고할 수 있지만, 몇 가지 추가로 고려할 요소가 있어 (이날) 판단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추가 고려 요소로 언급한 내용 중 하나는 지난달 30일 나온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판단이다.

당시 대법원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규정하는 '의무 없는 일'이 상대가 공무원인지, 일반인인지에 따라 다르게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무원은 일반인과 달리 직권에 대응해 따라야 할 의무가 있어 관계 법령에 따라 개별적으로 '의무 없는 일'에 대한 판단을 해야한다며 직권남용의 범위를 까다롭게 봤다.

남 전 원장 등에게 적용된 혐의는 직권남용이 아닌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지만, 공무원에게 '지시'를 했다는 점에서 결이 비슷하다고 볼 여지가 있다.

남 전 원장 등은 2013년 6월 채 전 총장에게 혼외자가 있다는 첩보를 듣고 부정한 목적으로 국정원 정보관에게 혼외자의 가족관계와 학교생활기록부를 확인하라고 지시해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과) 직접적인 쟁점이 같은 건 아니지만 대법 판결에서 공무원간, 기관간 사이의 관계에 대해 어떻게 법리적으로 접근해야하는지 상당 부분 설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무원 책임 책무, 일반적 법리를 이번 사건에서도 확인할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라며 검찰과 변호인 양측에 추가적인 의견을 달라고 요청했다. 다음 기일은 다음달 3일 오후로 잡혔다.


대법의 직권남용 판단이 일선 재판에 영향을 미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기환송심은 지난달 31일로 마무리될 예정이었지만,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오석준)는 다음달 공판을 다시 열기로 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은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공소사실에도 포함돼 있는데, 재판부는 대법 판결을 언급하며 "이런 경우 보통 (직권남용 혐의를) 무죄 취지로 볼 여지도 있다"며 추가 심리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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