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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4년만에 세수펑크, 예산 펑펑 쓸 때 아니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04 17:10

수정 2020.02.04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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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전염병 악재까지
부실한 곳간 바로잡아야
지난해 국세 수입이 펑크가 났다. 294조8000억원이 들어올 걸로 예상하고 예산을 짰는데 실제론 293조5000억원이 걷혔다. 결손액은 1조3000억원 규모다. 세수 펑크는 지난 2015년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사실 오차율은 크지 않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오차율이 0.5%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맞다. 세금은 더도 덜도 말고 예상한 만큼 들어오는 게 이상적이다.

그럼에도 지난해 세수 펑크는 두가지 점에서 우려를 자아낸다. 먼저 3년간 지속된 세금 풍년 기조가 꺾였다는 점이다. 지난 2016~2018년 정부 곳간은 차고 넘쳤다. 2018년엔 무려 25조원이 더 들어왔다. 문재인정부는 이를 밑천 삼아 과감한 복지 확대정책을 폈다. 문재인케어 도입과 기초연금 인상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세수에 구멍이 나면 정부가 함부로 돈을 쓰기 힘들다.

세계 경제를 뒤흔드는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도 세수에 돌발 악재다. 성장률이 떨어지면 자연 세금 수입도 준다. 현대차 같은 대기업마저 부품 공급이 달려 일부 라인을 세워야 할 판이다. 지자체 축제, 호텔 행사가 잇따라 취소되는 등 소비심리도 꽁꽁 얼어붙었다. 올해 법인세와 소비세(부가가치세)는 정부 예상대로 걷힐 것 같지 않다.

장차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방안은 세가지다. 먼저 긴축이다. 정부의 씀씀이를 확 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포용적 성장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문 대통령이 긴축으로 돌아설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다. 두번째는 모자라는 돈을 국채로 메우는 것이다. 이는 증세에 비해 유혹적이다. 당장의 조세저항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채는 미래세대, 곧 청년층에 빚 상환 부담을 떠넘긴다는 점에서 무책임하다.

정공법은 증세다. 문 정부는 출범 이후 법인세율과 종합부동산세율을 올렸고, 최근엔 공시가격과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을 통한 간접적인 보유세 증세를 추진 중이다. 주로 부자와 중산층을 겨냥한 조치다. 하지만 지난해 세수 펑크에서 보듯 문 정부의 편향된 증세정책은 한계에 이르렀다.

증세에 관한 한 박근혜정부에서 배울 점이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증세 없는 복지를 공약했지만 실제론 담배세율을 올리고, 연말정산 방식을 바꾸는 등 나라 곳간을 채우는 데 힘을 썼다.
2016년부터 3년간 이어진 세수풍년이 그 결과물이다. 그 덕을 문재인정부도 봤다.
세수가 펑크난 정부를 후임 정권에 물려주는 일만은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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