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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컨트롤타워의 허와 실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06 17:04

수정 2020.02.06 18:43

[여의나루] 컨트롤타워의 허와 실
중국 심장부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중국은 물론 세계 전체를 강타하고 있다. 중국에서 지리적으로 가깝고 중국과 경제교류가 매우 큰 우리나라가 바이러스의 직격탄을 맞게 된 것은 불가피한 일일지도 모른다.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전개되니 모두들 정부가 이 사태를 잘 관리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고, 정부도 이 사태에서 핵심 역할을 해야 할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한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설치해서 대응하고 있다. 그런데 이 컨트롤타워가 중국으로부터 오는 중국인 및 외국인의 입국제한 조치를 발표하는 순간부터 삐걱대기 시작했다. 그 삐걱거림은 제한 지역과 범위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입장과 법무부, 외교통상부의 입장이 다른 데서 출발한 것 같다. 그 결과로 마치 정해진 수순처럼 대통령이 나서서 청와대가 최종적으로 책임진다고 선언했고, 중앙사고수습본부도 국무총리가 이끌어 줄 것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컨트롤타워의 격이 높아졌으므로 사태 수습과정도 좀 더 원활해질 것으로 기대해도 좋을까?

우리나라에서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일이 발생하면, 특히 한 부처의 업무를 넘어서는 복합적인 성격의 사태가 벌어지면 거의 매번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이 주장되곤 한다. 우리 국민들 마음속에 어디선가 힘 있는 사람이나 조직이 그 복합적인 성격의 일을 지휘하면서 일사불란하게 수습해 나가기를 기대하는 습관이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조금 더 생각해보면 그런 컨트롤타워의 기능은 역시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지휘해야 효율적으로 작동할 것 같은데 우리 현실은 결국 비전문가인 국정 최고 책임자들을 끌어들이는 것이 습관이 돼버렸다. 조류인플루엔자,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도 그랬고, 세월호가 침몰했을 때도 그랬다. 심지어는 신산업 창출과 같은 일에도 마찬가지였다.

각각 다른 일을 맡은 부처들이 이렇게 중요한 문제에 부딪혔을 때 의견이나 입장이 다른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런 견해차를 논의와 절충을 통해 좁혀 나가는 것이야말로 국정의 일상적 업무가 돼야 하지 않을까. 모든 것들이 점점 더 깊고 넓게 연결되고 융합돼 가는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지금은 어떤 일이라도 한 부처가 모든 책임을 지는 일은 점점 더 불가능해지고 있다. 그래서 부처 간 협의와 절충이야말로 정부가 일상적으로 해나가야 하는 핵심 업무가 돼야 하는 것이다.

우리 정부도 그런 인식하에 여러 가지 조정기능을 확충해 왔다. 이런 부처 간 협의와 절충을 위해 국장급, 실장급 등의 조정회의는 물론 더 높은 단계에서 차관회의, 장관회의 그리고 국무회의가 상설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이런 회의체들에서 부처 간 절충과 타협은 이뤄지지 않고 대부분 부처 간 이견만 확인하는 모습을 보여 왔기 때문에 이런 이견을 조정하는 기능을 모색할 수밖에 없게 됐다. 한때는 경제기획원이 그 역할을 맡았고, 지금은 국무총리실에 이름 자체가 그 업무를 지칭한 국무조정실이 설치돼 있다.
정상적으로는 이런 조정기능을 담당하는 회의 또는 조직이 바로 컨트롤타워가 돼야 하지 않았을까.

안타깝게도 지금은 거의 모든 조정 기능이 청와대로 승격(?)돼 버린 모습이다. 모든 회의와 조정 조직들을 뛰어넘어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에게로 모든 책임이 귀속돼 버린 것이다.
대통령 책임제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결국 국정의 모든 책임을 지는 것이 맞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그에 따른 국정의 비효율은 어떻게 감당해야 할 것인지 걱정스럽다. 대통령이 이런 복잡하고 중요한 모든 일마다 전문성을 가질 것을 기대할 수는 없지 않은가.

김도훈 서강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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