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리미티드 에디션' 된 서울 아파트

김민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06 17:31

수정 2020.02.06 17:31

[기자수첩] '리미티드 에디션' 된 서울 아파트
"지드래곤과 나이키가 협업해서 만든 20만원짜리 한정판 신발이 지금 300만원에 팔립니다."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불리는 한정판 상품은 기존 통상판과 달리 서비스 차원에서 제한된 수량만 내놓는 특별상품이다. 나이키와 GD가 발매한 '파라노이즈'라는 운동화도 총 818족만 발매된 희귀템이다. 공급은 한정돼 있지만 이 신발을 사기 위해 수만명이 몰리다보니 가격은 급격히 올라갔다.

서울 집값도 마찬가지다. 서울이라는 한정된 땅에 공급할 수 있는 아파트는 정해져 있지만 서울에 들어가고 싶은 수요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주식시장이 어려워지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올라가고, 지방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면서 서울 쏠림현상은 커지고 있다. 특목고·자사고 폐지 등 제도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대치동과 목동으로 이사가는 사람도 늘고 있다. 여기에 불안정적인 고용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어 미리 자산의 가치를 높이려는 30대들도 늘어나면서 수요는 폭발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답은 공급 확대가 아니라 수요 억제 정책이다. 15억원 이상의 초고가 아파트는 대출을 금지시켰다. 9억원 이상도 사실상 집값의 20% 수준의 대출만 받을 수 있다. 유주택자에게는 보유세, 양도세 등을 강화해 추가로 집을 사지 못하게 만들었다. 부모님에게 돈을 받아 집을 살 수 없게 매수자에게는 자금출처를 밝히도록 했다.

이런 규제는 진입장벽을 더욱 높이면서 서울 아파트를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만들었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양도세 중과, 분양가상한제 등의 규제를 쏟아내면서 재개발·재건축 단지의 사업도 올스톱됐다. 신규 아파트 공급은 급속히 위축되고 '한정판'이 된 서울 새 아파트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뿐 아니라 수도권에 대한 수요도 커지고 있다. 규제의 틈새시장을 파고드는 수요가 많아진 것이다.
수원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무순위 청약에 수만명이 몰리면서 서버가 다운된 것이 그 예다. 정부는 더 이상 이런 부동산 '촌극'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공급 확대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서울 아파트를 '한정판'이 아닌 '통상판'으로 바꿔야 한다.

kmk@fnnews.com 김민기 건설부동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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