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되살아난 '관치금융·낙하산' 논란

최경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06 17:31

수정 2020.02.08 00:30

[기자수첩] 되살아난 '관치금융·낙하산' 논란
[파이낸셜뉴스]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의 최고경영자(CEO) '중징계(문책경고)' 충격이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을 강타하고 있다. 하나은행도 같은 징계를 받았지만, 그 충격의 강도가 우리금융에 비할 바는 못된다.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우리은행장을 겸직하고 있는 현 CEO가 오는 3월 말 회장 연임을 목전에 둔 상태에서 낙마할 위기에 처했고, 경영 공백과 외풍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당초 금융권에선 CEO 중징계까지는 나오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중징계 관련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고 보여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감원은 예상 밖의 결정을 내렸다.
불완전판매 제재를 규정한 '자본시장법'이 아닌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지배구조법)'을 내세웠고, 내부통제 위반·운영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어 CEO 중징계를 결정한 것이다. 현행 지배구조법이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금융회사의 제재만을 규정하고 있고, 사실상 내부통제 위반과 운영 실패에 대한 제재 근거는 없음에도 이 같은 결정이 나옴에 따라 금감원의 '징계를 위한 징계', '표적 징계'라는 말이 나왔다.

내부통제 위반과 운영 실패가 발생할 경우 CEO 징계를 할 수 있는 '지배구조법 개정안'은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감사원은 지난 2017년 금감원이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시행령만 갖고 금융사 임직원을 제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윤석헌식 신관치금융'이라는 비판마저 제기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본인들의 책임 회피와 금융사 길들이기 차원에서 과도한 징계를 가하는 무리수를 둔 것 같다"며 "법적 근거가 미비함에도 금감원이 이런 행위를 한 것은 상당히 나쁜 선례를 남기는 것이고, 향후 금융사들의 운신의 폭은 더욱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금감원에선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기준이 사실상 '미마련' 됐다는 판단 하에 중징계를 내렸다고 반론을 펴고 있다.

관치금융과 더불어 최근 일련의 사태를 계기로 금융권 낙하산 논란도 재점화됐다. 얼마전까지 IBK기업은행 노조가 신임 윤종원 행장을 정부에서 내려보낸 낙하산 인사로 규정하면서 상당기간 갈등이 지속됐다. 우리금융도 손태승 회장이 물러났다면 낙하산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을 것이다. 손 회장을 대체할 만한 내부인사가 마땅치 않아 어느 정도 중량감을 갖춘 외부인사들이 난립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졌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해묵은 논란거리인 관치금융과 낙하산 인사는 그만큼 국내 금융 환경이 일부 후진성을 탈피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빠르게 변화·성장하고 있는데, 언제까지 이 같은 구태적인 논란에 시달릴 순 없는 노릇이다.
'선진금융'으로 나아가기 위한 금융당국과 금융사들 모두의 합일된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kschoi@fnnews.com 최경식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