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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신종 코로나와의 사투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06 17:31

수정 2020.02.06 17:31

[여의도에서] 신종 코로나와의 사투
감염병과 전투는 오랜 시간과의 싸움이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비슷한 코로나바이러스의 변형인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는 지난 2002년 중국에서 발병해 9개월 동안 지속되다 2003년 7월 종식됐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는 2015년 5월 유행하기 시작, 12월 23일 종식 때까지 8개월 동안 국민을 불안에 떨게 했다.

현재 중국에서 유행 중인 신종 코로나는 6일 현재 확진자 2만8018명, 사망자는 563명이 발생하면서 사스의 중국 사망자 349명을 훨씬 넘어섰다.

5년 전 메르스를 겪은 우리 국민들이 공포에 떨 만하다. 당시 병원을 중심으로 감염이 시작된 메르스는 국내 치사율이 20.4%에 달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신종 코로나는 양상이 좀 다르다. 확진자를 살펴보면 초기 5번 환자까지 중국을 방문한 후 발병했다. 이후 일본, 태국, 싱가포르 등 제3국을 통한 감염자와 확진자에 의한 2차, 3차 감염자까지 발생하고 있다. 국민이 불안해하는 것은 메르스와 달리 어디서 감염원이 들어올지 모르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 사망률이 후베이성 3.1%, 우한시 4.9%로 비슷한 바이러스인 사스의 사망률인 9.6%보다 낮다며 안심시켰다.

하지만 문제는 빠른 감염 속도다. 중국을 보더라도 사망자가 이미 사스의 때인 349명을 넘어섰다. 사망률이 낮더라도 많이 감염되면 사망자 수는 더 증가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중국에서도 아직 감염 추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세계가 하루생활권으로 묶인 이상 감염병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6일 확진된 23번 환자는 중국인으로, 중국에서 지난 1월 23일 관광 목적으로 입국했다. 우리나라에 입국하는 외국인을 전부 막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보건당국의 감염병 대책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다행인 것은 메르스 학습효과로 지난 2015년보다 상황이 많이 나아졌다.

병원에서는 신종 코로나가 유행하자 선별진료소를 설치해 환자를 분류하고 마스크 착용, 체온감지기 설치 등을 자체적으로 진행했다. 또 메르스 때와 달리 지난 2016년 법 개정으로 확진자에 대한 휴대폰 위치추적이 가능해졌다. 이로 인해 확진자의 동선과 접촉자 파악이 하루 만에 가능해졌다. 또 메르스 사태 이후 각 보건소에 마련된 감염병 관리팀에서 신종 코로나에 더욱 체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에 대해 국내 첫 발병 1주일여 만에 '비상체제'로 돌입했고, 지난달 27일 국가감염병 위기경보를 '경계' 단계로 격상한 바 있다.

하지만 메르스 사태를 겪은 후 내놓은 메르스 백서를 지키고 있진 못하고 있다. 메르스 백서에서는 메르스 사태의 원인으로 △컨트롤타워 부재로 인한 리더십 혼란 △역학조사관 등 방역인력 부족 △불안감만 키운 대국민 소통방식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하지만 여전히 방역대응에 구멍이 보인다. 최근 정부는 한국 국민의 여행경보를 '여행자제'에서 '철수 권고'로 높였다가 다시 '검토'로 정정하는 등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또 16번 환자는 처음 내원한 21세기병원에서 질병관리본부 콜센터 1339에 연락, 신종코로나 검사를 요청했지만 중국 방문력이 없다는 이유로 검사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르스 때도 있었던 일이다. 신종 코로나가 국내에 들어온 지 한 달도 되지 않았다.
앞으로 감염병과 긴 싸움을 위해서는 좀더 체계적인 방역대책이 필요하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산업2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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