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英 잃은 EU, 발칸국가 회원국 영입 손짓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06 17:56

수정 2020.02.06 17:56

신규 회원국 가입규정 개편
기준 강화해 기존 회원국 달래고
발칸국가에는 명확한 기준 제시
지난주 영국과 결별한 유럽연합(EU)이 발칸반도의 국가들을 회원국으로 포섭하기 위해 소매를 걷어 올렸다. 영국의 탈퇴로 힘을 잃은 EU가 러시아에 앞서 유럽 남동부의 발칸반도 국가들을 영입하게 되면 지금의 세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란 계산에서다. 브렉시트 이후 기존의 회원국 다독이기에도 몰두중인 EU는 신규 회원국 가입규정 개편을 통해 묘수를 던졌다.

5일(현지시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신규 회원국 가입 규정을 새롭게 개편해 제안했다. 이날 EU 집행위가 발표한 가입 개편안은 EU에 가입하기 희망하는 국가가 먼저 EU의 기준에 부합하도록 내부 규정을 정비하고 민주주의 관련 기구나 법치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을 마무리한 뒤에 가입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 원칙에서 벗어날 경우 EU는 가입 협상을 중단할 수 있게끔 제도를 개선했다.
개편된 가입안은 기존의 가입안보다 오히려 더 엄격한 기준을 갖추게 됐다. 발칸 반도 국가의 영입을 간절히 원하는 속내와는 달리 오히려 문턱을 높인 것이다. 가디언은 이번 가입기준의 강화는 프랑스를 의식한 것이라고 설명하며 또 이 과정에서 발칸반도 서부 6개국에 대한 실질 가입 또한 유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U 집행위는 회원국들이 오는 5월 EU-서발칸 정상회의에 앞서 이번 제안을 승인해주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그간 EU에 줄곧 가입하기를 원했던 발칸 국가들은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회원국들의 반대로 가입 직전 문턱을 넘지 못했다. 발칸반도에서 가입에 성공한 국가는 지난 2013년 크로아티아 이후에 전무하다. 지난해 10월 EU 정상회의에서 알바니아와 북마케도니아의 가입 문제가 논의됐지만 프랑스와 덴마크, 네덜란드 등은 이 국가들이 여전히 범죄 및 부패와 씨름하고 있으며 회계 규정 등에서 EU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반대에 나섰고 이에 가입 협상 개시조차 하지 못했다.

가디언은 알바니아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코소보, 몬테네그로, 북마케도니아, 세르비아 등은 아직도 여전히 EU에 가입하기를 바라고 있지만 영향력이 높은 기존 회원국들의 우려로 들어오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EU집행위는 가입 기준을 높여 기존 회원국들의 우려를 잠식시키고 발칸의 국가들에게도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 회원 가입의 기회를 확대시키고자 이러한 개편안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은 최근 4년간 브렉시트 과정에서 국제적 영향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EU 또한 발칸 국가들을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AP통신은 EU 내부에서 발칸반도의 국가들을 회원국으로 수용하지 않을 경우 향후 러시아나 중국과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올리베르 버르헤이 EU 확대 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개편안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EU를 서발칸으로 확대하는 것은 집행위의 최우선 과제"라며 "회원국 확대는 지정학에 바탕을 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자신의 트위터에서 "이번 제안은 북마케도니아와 알바니아 등 발칸반도 서부 국가들에게 좋은 메시지"라며 "EU의 확대는 발칸반도 국가와 EU 모두에게 윈윈이 된다"고 밝혔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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