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대법 "학생연구원 일부 인건비, 연구실 운영비 사용..연구비 환수는 가혹"

조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10 06:00

수정 2020.02.10 05:59

"국가연구사업 참여제한·연구비 환수조치 신중히 판단해야"
대법 "학생연구원 일부 인건비, 연구실 운영비 사용..연구비 환수는 가혹"


[파이낸셜뉴스] 학생연구원들의 인건비 일부를 연구실 운영경비 등으로 썼다고 하더라도 담당 교수를 국가 연구자금 지원대상에서 배제하고, 지급된 연구비를 환수조치한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서울대 교수 A씨가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학술지원대상자 선정제외처분 등 취소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0일 밝혔다.

대법원은 A씨가 사익을 취한 것이 없고 연구실 소속 전체 학생들을 위해 사용됐으며 나름의 기준을 통해 객관적으로 관리됐다는 점을 들어 “환수처분과 함께 연구지원대상 제외처분을 한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밝혔다.

‘BK21 지원사업’과 ‘연구중심대학 지원사업’ 대상에 선정된 A씨는 대학원생 등 학생연구자들에게 지원되는 인건비 중 일부를 되돌려 받아 연구실 운영비 등으로 사용하다 적발, 교육부로부터 연구비 환수처분(유용분)과 지원대상 제외처분(3년)을 받았다.

그러자 A씨는 "개인적으로 유용한 것은 없고 실질적으로 사업에 참여했으나 형식적으로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돼 있는 연구원들의 인건비나 연구인력들의 해외학술 행사 참여비 등으로 사용됐다"며 소송을 냈다.

이에 교육부는 “과거 대학원생 개인에게 지급된 인건비를 교수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 되돌려 받아 착복한 사례들이 너무 많았다”면서 “그로 인해 되돌려 받는 것 자체가 금지돼 있다”고 맞섰다.


1심은 “인건비 지급, 연구실 운영비 등으로 사용되는 등 본래 지급대상인 학생연구원들을 위해 사용됐고, 사업비를 용도 외로 사용한 경우라 보기 어려운 만큼 환수처분과 지원대상 제외처분은 위법하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2심은 “연구장학금 일부를 돌려받아 공동관리한 것은 사업비를 용도 외로 사용한 것”이라며 1심을 뒤집고 교육부의 조치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학생인건비 공동관리를 엄격히 금지하는 것은 연구자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 학생인건비를 횡령하거나 유용하는 폐단이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대학원생들이 외형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해도 불만이 없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생연구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연구비의 투명한 집행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학생연구비를 회수해 공동으로 관리한 행위가 적절하진 않지만 “환수처분 등으로 인해 얻을 공익보다 이로 인해 입게 될 불이익이 더 크기 때문에 환수처분과 지원대상 제외처분은 재량권을 일탈한 처분”이라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