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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신종 코로나, 그리고 중국 경제 의존도

예병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10 16:34

수정 2020.02.10 16:34

[여의도에서]신종 코로나, 그리고 중국 경제 의존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미·중 무역분쟁이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까지를 경제적으로 본다면 하나의 키워드를 찾을 수 있다. 우리 경제의 '중국 의존도'다.

예컨대 수출로 먹고산다는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은 전체 수출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구조적으로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하다 보니 중국발 위기가 우리의 위기로 쉽게 전이되는 구조다.

신종 코로나 사태도 다르지 않다. 중국에서 발생한 문제지만 중국이 위기에 직면하자 우리도 위기가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주요 기관들은 신종 코로나 사태에 따른 경제 충격이 지난 2003년 사스 사태를 능가할 것으로 예측한다. 부정할 수 없는 것이 우리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기준 25.1%로 사스가 있었던 2003년 18.1%에 비해 크게 확대됐다.

이미 신종 코로나는 중국인 관광객 감소 우려와 소비활동 위축 등 내수를 중심으로 우리 경제에 하방압력이 되고 있다. 일부 제조업체는 중국산 부품 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 공장 가동 중단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이에 따른 정부의 대책은 방역망 구축 등을 통한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 확산을 방지하는 것에 집중돼있다. 단기적으로 신종 코로나 확산을 방지한다면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수 있는 등 시급한 불은 끈 것으로 봐도 된다.

그럼 단기적으로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를 넘기면 괜찮을까. 근본적으로 중국 의존도를 낮추지 못한다면 사태는 반복된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사스보다 신종 코로나의 경제적 피해가 더 클 것으로 예측되는 것처럼 앞으로 발생하는 사태는 신종 코로나를 능가하는 경제적 충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과거에도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에서도 근본적 문제인 중국 의존도에 대한 정부 대책은 찾기 힘들다.

정부는 그동안 높은 중국 의존도에 따른 경제 구조적 문제가 부각될 때마다 비슷비슷한 대책을 반복적으로 내놓기는 했다. 해외 진출 기업이 국내로 이전할 경우 지원하는 이른바 '유턴기업 지원 대책'이나 신남방정책을 통해 동남아시아 시장 개척이 대표적이다.

대책은 반복적으로 나왔지만 성과는 뚜렷이 나오지 않고 있다. 유턴 기업 대책의 성공사례는 나온 바가 없다. 동남아시아 시장 개척은 베트남 한 나라에 집중되면서 또 다른 '교역 의존도'을 만들어 내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 의존도'는 해결이 불가능한 문제가 아니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와 적절한 대책을 만들어 낸다면 말이다. 이미 지난해 7월 우리 경제의 또 다른 문제인 일본에 대한 반도체 수입 의존도의 경우 해결 의지와 적절한 대책을 통해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당시 정부는 그동안 '소재·부품·장비(소부장)'의 일본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국내 소부장 산업을 육성하고 수입처 다변화에도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정부 대책이 나왔을 때만 해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지난해 8월 중순부터 일본 불화수소의 대체품이 반도체 생산 라인에 적용되는 등 위기극복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했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라는 위기가 오히려 우리 경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역할을 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도 '중국 의존도'라는 경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기회가 될 수 있게 정부 대책과 역할이 필요한 시기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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