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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신종 코로나보다 무서운 중진국 함정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11 16:31

수정 2020.02.11 16:31

[fn논단] 신종 코로나보다 무서운 중진국 함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때문에 중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비상이 걸렸다. 중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다수의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연일 큰 이슈가 되고 있다.

그런데 경제적 관점에서 이번 중국의 신종 코로나 사태를 보고 있노라면 과연 중국이 중진국 함정을 넘어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 신종 코로나가 중국 경제를 위기로 몰고 간다는 말은 아니다. 어찌어찌해서 몇 달 내에 전염병은 진정될 것이다. 그리고 중국 정부는 사회적 혼란과 민족적 자존심에 입은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3월쯤 개최되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전후로 대대적 경기부양책과 민생경제 안정화 방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사회적 비용과 경제적 손실은 그것으로 금방 만회될 수 있다.

그런데 중국의 중진국 함정을 말하는 것은 지금 중국 정부의 모습이다.

그동안 중국은 밖으로부터 오는 충격에는 일사불란하고 효과적으로 잘 대처했다. 금융위기 때나 최근 미·중 관세전쟁에서 생각보다 잘 버티는 것을 보면서 강한 펀더멘털을 갖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와 같은 내부 충격에는 중국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이 얼마나 취약한지 알게 됐다. 중진국 함정을 겪었던 국가들의 공통점인 조기경보시스템 부재, 관료체제의 경직성, 정책적 대응의 신속성 결여, 부처 간 혼란, 대외 이미지 관리에 치중하는 모습 등에서 중국 경제의 취약성을 여실히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중진국 함정은 보통 외부에서 오는 사소한 트리거(trigger)가 발단이 되지만, 정책당국이 조기에 그 불씨를 진화하지 못해 내부로 불이 크게 번지면서 경제가 파탄나게 된다. 지금과 같은 모습에서 금융시장이나 실물경제에서 민간이 감당하지 못하는 충격이 올 때 중국 정책당국은 그것을 효과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을까. 중국 정책당국도 중진국 함정의 무서움을 안다. 함정에 심하게 빠지면 정권의 존립 자체가 위협을 받기 때문이다. 거기에 빠지지 않고 싶어한다. 압축성장의 부작용을 줄이려 했고, 시장 개방성을 높이려 했다. 최근에는 인위적 경기부양책을 자제하고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했다.

그러나 그들 자신을 혁신하는 일은 게을리했던 것 같다. 우려스러운 점은 이번 사태로 중국을 견제하고 싶어하는 미국이 그리고 돈이라면 무슨 짓이든 하는 글로벌 투기자본이 위기시 컨트롤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중국 경제의 취약성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중국은 2019년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경제대국이다. 그리고 1인당 국민소득이 중진국 기준치인 1만달러를 넘어섰다. 특히 중국의 지니계수는 0.5에 가까워 경제적 불평등도 상당하다. 즉 과거 많은 국가들이 중진국 함정을 경험했던 그 사정권에 진입해 있다. 불씨만 지펴지면 내부에서 대폭발이 촉발되기에 완벽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중국이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를 잘 이겨내기를 바란다. 그리고 중진국 함정에도 빠지지 않기를 바란다.
중국 경제의 위기는 곧 한국 경제의 위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중국으로부터 중진국 함정이라는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이겨낼 준비가 되어 있을까.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경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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