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인천공항 문연 뒤 18년간 3만2800여회 출동 "단 한번의 사고 없이 폭발물 처리했죠" [내일을 밝히는 사람들]

김용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12 18:26

수정 2020.02.12 18:26

인천국제공항공사 폭발물처리반
여의도공원 20배 지키는 30명
"식사도 화장실도 돌아가면서 가요"
"아찔한 순간이요?
아찔하면 모든 게 끝입니다"
아랍어 메모 모조폭발물 잊을수 없어
승객들 방치한 짐가방 때문에
40㎏ 장비 입고 출동 부지기수
"짐 내버려두고 떠나지 말아주세요"
인천국제공항공사 항공보안처 테러대응팀 폭발물처리반(EOD)이 모의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이동형 냉장카트와 비슷하게 생긴 휴대용 엑스레이 장비로 폭발물 여부를 확인하고 폭발물로 확인되면 밤바스켓에 옮겨 담은 후 벙커로 이동, 폭발물을 폭파한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제공
인천국제공항공사 항공보안처 테러대응팀 폭발물처리반(EOD)이 모의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이동형 냉장카트와 비슷하게 생긴 휴대용 엑스레이 장비로 폭발물 여부를 확인하고 폭발물로 확인되면 밤바스켓에 옮겨 담은 후 벙커로 이동, 폭발물을 폭파한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제공
EOD 대원이 생화학 테러에 대비해 모의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착용한 장비의 무게만 40㎏가 넘는다.<div id='ad_body2' class='ad_center'></div>
EOD 대원이 생화학 테러에 대비해 모의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착용한 장비의 무게만 40㎏가 넘는다.
"5분 대기조 아시죠? 저희는 1분 1초도 사무실을 비울 수 없어요. 24시간 긴장 상태로 대기하고 있는 거예요."

지난 10일 오후 2시35분 인천국제공항공사 제1여객터미널 1층 20평(66㎡) 남짓의 폭발물처리반(EOD·Explosive Ordnance Disposal) 사무실엔 검은 옷을 입은 건장한 체격의 사내 4명이 모여 있었다. 한쪽 벽면에 설치된 TV엔 인천공항 1터미널 주요 공간이 CCTV를 통해 전송되고 있었다. 바로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한 사내가 전화를 받았고, 남기광 인천국제공항공사 항공보안처 테러대응팀 반장이 물었다. "출동이야?" 다행히 현장에 뛰어나가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 남 반장은 "사실 오늘 오전에도 출동이 1건 발생했다"며 "출동하게 되면 휴대용 엑스레이가 담긴 카트를 몰고 늦어도 10분 안에 현장에 도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인천국제공항공사 항공보안처 테러대응팀 내 폭발물처리반(EOD) 대원들이다. '국가중요시설 가급'에 해당하는 인천국제공항은 언제나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명절 등 연휴엔 엄청난 인파가 몰린다. 당장 올해 설 연휴였던 1월 23~27일에 총 103만9144명이 인천공항을 이용했다. 하루에만 20만7829명이 이용한 셈이다.

테러의 표적이 될 수 있다. 특히 최근 국제적으로 불특정 다수를 노리는 테러가 늘어나면서 인천공항 역시 테러위협에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테러대응팀 중에서도 EOD는 '최전선'을 지키는 특공대다.

■여의도공원 20배 인천공항, 30명이 지킨다

인천국제공항공사 EOD 인원은 모두 30명이다. 지난 2001년 문을 연 인천공항은 2018년 1월 제2여객터미널(T2)까지 오픈, 연간 7200만명의 여객을 처리할 수 있다. 그 면적만 여의도공원(21만㎡)의 20배(연면적 38만7000㎡)에 이른다. 이 광활한 공간에서 발생하는 폭발물 의심신고 대응을 이들 30명이 모두 처리하고 있다.

제1여객터미널(T1)과 제2여객터미널(T2) 각각 17명, 13명의 인력이 투입되고 있다. T1의 경우 4명이 1개 조를 이루고 있다. 3명은 폭발물 처리 전문이고, 나머지 1명은 생화학 처리 전문가다. 총 4개 조(16명)에 행정업무 인원 1명을 추가해 모두 17명이다. T2의 경우 생화학 전문가가 없어 3명으로 1조를 구성한다.

생화학 처리는 오염 위험지역에 진입해 오염원을 탐지·분석하고, 범위를 설정한 후 오염원을 수거·제독까지 해야 하는 쉽지 않은 작업이다. 만에 하나 살상가스 등에 노출될 경우 적시에 처리되지 않는다면 공항은 일순간 마비된다. 남 반장은 "T2는 현재 생화학 인력이 단 1명뿐"이라며 "현재 4명을 충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30명이 여의도공원 20배 면적의 인천공항 내 폭발물·생화학 테러위협에 대응하다보니 같은 조에 근무하는 4명이 함께 점심 식사 테이블에 앉는 것은 불가능하다. 옆에서 함께 대기하고 있던 홍진식 테러대응팀 반장은 "우리는 화장실을 갈 때도 먼저 갈 사람과 나중에 갈 사람을 정해 순서대로 다녀온다"며 멋쩍게 웃었다.

밤샘 야간근무는 일상이다. 3교대 체계로 일하고 있는 EOD 대원들은 자신들의 근무체계를 '주·야·조·휴'라고 부른다. 주간근무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야'는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 '조'는 자정부터 오전 9시까지다. 2002년부터 EOD에서 일하고 있는 남 반장조차 "생체리듬은 여전히 적응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찔한 순간이요? 아찔하면 모든 게 끝"

EOD 대원들은 모두 군(軍) 출신이다. 군에서부터 5년 이상 폭발물 처리 경력을 쌓은 베테랑들이다. 인천공항이 정해놓은 '해당경력 3년이상'의 채용조건을 모두 웃돈다. 2001년 인천공항이 문을 연 후 하루 평균 6.5회 출동, 지난해까지 총 3만2838회 출동했다. 지금까지 단 한번의 사고 없이 폭발물을 처리했다.

아찔한 순간은 없었을까. 강성호 테러대응팀 반장은 "이곳에선 아찔하면 모든 게 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잊을 수 없는 사건들은 있다. 지난 2016년 1월 인천공항 1층 남자화장실 좌변기 칸에서 폭발물 의심물체와 함께 아랍어로 된 협박성 메모지가 발견된 것. 폭발물을 해체해보니 다행히 부탄가스 등으로 만든 모조폭발물이었다.

남 반장은 "당시 메모지엔 '당신에게 주는 마지막 경고다. 신이 처벌한다'라는 글자가 아랍어로 적혀 있어 이슬람 테러 모방범죄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며 "이 밖에도 탑승동을 건설할 당시에 6·25전쟁 당시 투하된 폭발물이 발견돼 EOD가 출동, 공군 EOD에 이관해 이를 해체했던 것도 잊을 수 없는 장면"이라고 말했다.

EOD 대원들을 가장 많이 괴롭히는 것은 뭘까. 그것은 다름 아닌 승객들이 방치해두는 짐가방이다. 지금까지 출동건수 중 방치수하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62.6%(2만569건)에 달한다. 홍 반장은 "짐을 내버려두고 떠나지 말라는 방송을 거듭하고 있지만 여전히 방치수하물로 인해 출동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고 설명했다.

공항 이용객들은 아무 생각 없이 짐을 방치하지만, 공항 보안팀에선 방치된 짐가방 등은 일단 폭발물로 간주한다. 방치한 짐가방 탓에 EOD 대원들은 무게만 40㎏에 달하는 방탄조끼, 헬멧 등 보호장구를 입어야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홍 반장은 "그래서 우리 EOD 대원들은 한겨울에도 반팔을 입는다"고 했다.

허위신고 탓에 머리카락이 곤두선 적도 적잖다.
남 반장은 "지금은 처벌을 강화하면서 사라졌지만 예전엔 자신이 예매한 항공기 이륙시간을 맞추지 못할 것 같아 어느 항공사 몇 편 비행기에 폭발물이 설치됐다는 허위 신고전화를 하는 이들도 있었다"며 "이용객들도 '모두의 안전'을 조금만 더 생각해줬으면 한다"며 미소지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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