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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들 "코로나19 충격, 일단 지켜보자"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13 14:38

수정 2020.02.13 14:38

[파이낸셜뉴스]

신종 코로나 충격 따른 1분기 GDP 감소폭 전망치(단위:%, 연율기준) 왼쪽부터 유로존, 미국, 독일, 기타, 일본, 일본 제외한 아시아, 전세계, 중국 /사진=도이체방크, FT
신종 코로나 충격 따른 1분기 GDP 감소폭 전망치(단위:%, 연율기준) 왼쪽부터 유로존, 미국, 독일, 기타, 일본, 일본 제외한 아시아, 전세계, 중국 /사진=도이체방크, FT

각국 중앙은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충격에 사전 대응보다는 관망세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주 태국, 필리핀 중앙은행이 선제적인 금리인하에 나섰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를 비롯한 다른 중앙은행들은 경제지표들을 본 뒤 대응에 나서도 늦지 않을 것이라며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이미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과 일본은 정책금리가 마이너스(-) 상태이고, 연준도 기준금리인 연방기금(FF) 금리 목표치가 1.5~1.75% 수준으로 인하 여력이 크지 않아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당시와 달리 지금은 뾰족한 수단이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관망세를 강조한 뉴질랜드준비은행(RBNZ), 호주준비은행(RBA) 모두 금리인하 여력이 많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이하 현지시간) 사스 당시에 비해 중국 경제 규모가 4배 커졌고, 전세계 공급망, 수출, 소비 등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졌지만 중앙은행들은 당시에 비해 선제적 금리인하에 훨씬 더 신중해졌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연준 "충격 가시화하면 대응"
11일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이날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해 미 경제 상황과 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해 증언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선제적인 금리인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파월 의장은 중국의 공장가동 차질에 따른 세계 공급망 혼란 위험과 신종 코로나 충격에 따른 미국의 관광·수출·금융시장 충격이 미 경제 성장에 영향을 줄 위험은 있다면서도 미 경제 상황이 이전보다 개선됐다고 밝혔다.

파월은 신종 코로나 충격에 대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 지나지 않아 경제지표들에 반영되기 시작할 것"이라면서도 "지금은 그 충격이 어느 정도 수준이 될지를 짐작해보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로 상황이 불확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따라서 중국발 충격이 미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증거들이 경제지표로 나타나고, 또 이같은 부정적 영향이 지속적이며 실질적으로 충격을 주고 있다고 판단하기 전까지는 금리인하를 검토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연준 고위 관계자들도 파월 의장의 이같은 입장을 지지하는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뉴질랜드·호주, 일단 동결
지난해 8월 세계 경제둔화에 대한 우려로 평상시 금리인하 폭의 2배 수준인 0.5%포인트를 전격적으로 떨어뜨린 뉴질랜드 중앙은행인 RBNZ은 이날 신종 코로나 충격 확산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를 1.0%로 동결했다. RBNZ은 신종 코로나가 경기하강 위험을 높이고는 있지만 올 하반기 성장세가 빨라지고, 수출도 늘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에이드리안 오어 RBNZ 총재는 통화정책위원회(MPC) 뒤 기자회견에서 신종 코로나에 따른 충격을 대비하기 위한 사전 금리인하 효과에 대해 의문을 나타냈다.

호주 중앙은행 RBA 역시 지난주 금리를 동결했다.

필립 로 총재는 이번 신종 코로나의 단기 충격이 2003년 사스 충격보다 "더 클 수 있다"면서도 금리를 일단 동결했다.

로 총재는 "지금은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이같은 대응이 잘 먹혀들 지 않을 수도 있지만 사스 당시의 경험을 합리적인 잣대로 삼아 대응하는 것이 잘 먹혀들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RBA는 2003년 기준금리를 낮추지 않았다.


한편 이들과 달리 태국과 필리핀 중앙은행은 지난주 전격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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