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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풍선효과

김현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13 18:02

수정 2020.02.13 18:02

[여의도에서] 풍선효과
어떤 현상이나 문제를 억제하면 다른 현상이나 문제가 새로이 불거져 나오는 상황. 풍선효과(Balloon effect)를 설명하는 말이다.

풍선의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불룩 튀어나오는 모습을 빗댄 표현으로, 이는 처음에는 경제용어가 아니었다. 마약 단속과 성매매 단속 등 범죄근절의 효과가 기대하지 않았던 부작용을 내는 범죄현상에서 나온 말이다.

실제 미국에서 대대적으로 마약 단속정책을 벌이자 단속이 약한 지역을 중심으로 옮겨다니며 마약이 성행한 것이 이에 해당된다.

이런 표현이 요즘 들어서는 경제현상을 설명하는 데 더 많이 사용된다.

요즘 풍선효과를 가장 많이 언급하는 분야가 있다.
바로 부동산이다.

강남 재건축을 규제했더니 인근 신축아파트가 올랐다, 분양시장을 규제하니 '줍줍'(현금부자들의 미분양물량 쇼핑)이 극성이다, 투기과열지구를 지정하니 근처의 비규제지역 집값이 상승한다. 이런 것들이 모두 풍선효과다.

정부는 지난 12·16 대책에서 서울 전체를 분상제로 묶고 15억원 넘는 아파트에는 대출을 금지하는 초강경 대책을 내놨다. 그러자 이제는 인근 수원이 난리다.

수원의 집값은 하루 새 수천만원씩 뛰고 있다. 광교중앙역 인근 아파트는 지난가을 9억원대에 머물던 것이 이제는 12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서울 투자수요와 서울에서 집을 살 수 없는 3040세대 실수요까지 한꺼번에 몰리자 올봄 입주하는 한 아파트 분양권에는 3억8000만원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이 아파트의 분양가는 5억원대다. 무려 분양가의 70% 정도가 웃돈으로 붙어 거래되고 있다.

게다가 강남을 45분 만에 잇는다는 '광교~호매실구간 신분당선 연장선' 예타 통과가 발표되며 수원 권선구의 호매실 지역 아파트도 치솟고 있다. 이 지역은 수원에서도 상대적으로 집값이 낮았던 지역이다.

문제가 커지자 정부는 13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관계부처 장관 회의를 열고 집값이 급등하고 있는 수원·용인 등을 포함한 지역을 조정지역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추가 규제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서울을 중심으로 한 고강도 부동산규제의 풍선효과를 인정한 셈이다.

하지만 시간을 조금만 돌려보자.

지난 12·16 대책 발표가 한 달쯤 지난 올해 1월 15일. 국토부는 '집값은 빠르게 안정세를 되찾고 있으며, 9억원 이하 아파트 값도 서울 전체적으로 상승폭이 둔화했다. 풍선효과의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는 자료를 발표했다.

언론들이 수원 집값 기사를 쏟아내고, 수원으로 봉고차에 탄 투자자들을 실어나르며 자고 나면 집값이 뛰던 그 시점이다.

정부는 세게 누르면 누를수록 주변이 부풀어오르는 풍선효과를 과소평가했거나, '서울만 잡으면 알아서 잡힌다'는 식으로 시장을 이기려고 했던 오만이 없었는지 반성해볼 대목이다.

수원으로 몰렸던 수요에는 과도한 투기수요도 섞여 있다. 그들은 철저히 솎아내야 한다. 수원에 살고 있는 무주택자들은 "집값이 이렇게 뛰니 내 집 마련을 하기가 더 힘들어졌다"는 푸념을 내놓는다.


이제라도 정부가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수도권 시장을 정확히 모니터링한다니 다행이다. 하지만 풍선효과를 살펴야 했던 지난 두 달간을 실기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언제까지 '한쪽만 부푼 풍선'을 쫓아가는 정부의 뒷모습을 보고 싶지가 않다.

kimhw@fnnews.com 김현우 건설부동산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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