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공무원들이 변하지 않는 이유

안태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17 16:34

수정 2020.02.17 22:20

[기자수첩] 공무원들이 변하지 않는 이유
"기획재정부쪽과 내용을 맞춘 겁니다."

얼마 전 행정안전부가 새 제도 도입을 알리는 보도자료를 냈다. 공기업 관련 정책이었다. 실효성에 의문이 들어 담당자에게 문의하자, 그가 들려준 대답이다.

행안부는 지방자치단체를 담당한다. 지자체도 중앙정부와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어 행안부의 지자체 업무 대다수가 중앙정부 기능과 유사하다.


지방공무원 인사제도가 대표적이다. 국가공무원 인사제도는 인사혁신처가 담당하는 반면 지방은 행안부가 맡는다.

담당자는 이같은 배경에 따라 유사정책을 발표한 기재부 수준에 맞춰 준비했다고 답한 것이다. 물론 중앙-지방의 정책 통일성을 위해 정책 수위를 맞추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런 설명을 듣고 싶었던 게 아니다. 행안부 이름으로 나온 자료 아닌가.

기자가 "지방행정에 큰 영향을 주는 제도인데 도입 배경도 모르고 기재부를 따라하기만 한 것이냐"고 되묻자 그제야 '국회 지적 때문인 것 같다'며 추측성 설명을 덧붙였다.

이런 일을 겪자 그간 정부부처를 출입하며 머릿속에 맴돌았던 물음표 하나가 느낌표로 바뀌었다. 공무원들은 왜 시대에 뒤처진다는 비판을 끊임없이 받을까 하는 의문이다. 밤낮없이 일하는데도 말이다.

앞선 사례에서 '기재부' 대신 '과거 업무'라는 단어를 넣자 그간 겪고 들었던 일들이 주욱 엮이면서 나름의 결론 하나가 또렷해졌다.

'생각하지 않고 하던 대로 한다.'

바깥세상은 빠르게 바뀌는데 공무원들은 과거 업무내용을 신줏단지처럼 모시느라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르는 것 같다.

민간 출신인 전직 고위 공무원은 보고서를 받아볼 때마다 답답함이 밀려왔다고 했다. 그는 "모든 보고서들이 제시하는 문제해결 방법들이 거의 동일했다"며 "제목만 바꾸면 동일한 보고서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라고 짚었다.


물론 공무원이 사회 안정성을 고려해 점진적 변화를 택하는 건 이해할만하다. 하지만 '왜'를 고민하지 않고 기존 틀만 고집하다보면 현실과 공직사회의 간극은 첨차 벌어질 수밖에 없다.
변화한 현실에 따라 과감하게 기존 틀을 부수지 않으면 공직사회가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판이 계속될 것이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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