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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국방회담 의제로 '방위비' 콕 찍은 美…늪에 빠진 협상

뉴스1

입력 2020.02.20 15:05

수정 2020.02.20 15:05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서 헬기가 이륙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서 헬기가 이륙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이 1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제51차 한·미 안보협의회(SCM) 고위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 후 손을 잡고 있다. 한국과 미국 군 당국은 이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한‧미‧일 안보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2019.11.15/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이 1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제51차 한·미 안보협의회(SCM) 고위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 후 손을 잡고 있다. 한국과 미국 군 당국은 이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한‧미‧일 안보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2019.11.15/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서울=뉴스1) 최종일 기자 = 미국이 장기 교착 우려가 제기되는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과 관련해 압박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주한미군 기지 한국인 근로자들에 대해선 타결 지연시 무급휴직을 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조너선 호프먼 미 국방부 대변인은 19일(현지시간) 미 펜타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오는 24일 열리는 한미국방장관회담 의제와 관련, "우리는 병력 비용을 위한 합의를 위해 일해야 한다"며 "그 문제는 분명히(obviously) 우리가 논의할 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SMA 협상은 1차부터 5차까지는 국방부가, 2005~2006년 적용됐던 6차부터는 외교부가 주도해왔다. 방위비협상 주무부처가 외교부인데도 미 측이 회담 의제로 방위비 협상을 강조한 것에 대해선 미국이 다각도로 압박에 나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번 회담에서 동맹 기여와 관련한 입장 교환이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미국은 그간 협상에서 한국 방위에 지대한 기여를 하고 있지만 주한미군 순환 배치와 역외 훈련 등 준비태세 유지 비용은 기존 SMA 틀이 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항목 신설을 통해 대폭 증액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우리 측은 Δ군사건설 Δ군수비용 Δ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항목으로 이뤄진 SMA 틀 내에서 상호 수용 가능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소폭 인상을 주장해왔다. 그러면서 미국산 무기 구매, 평택 험프리스 기지 무상 제공 등 직간접적 동맹기여 부분을 설명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18일 국회 외통위에서 '방위비 협상 과정에서 미 측에 무기구매 제안을 했는가'라는 질의에 "무기 구매 제안을 했다기보다도 우리의 국방력 강화 차원에서 우리의 계획을 설명했고 이것이 SMA 틀 안에서 하나의 패키지의 한 요소로서 제안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윌리엄 번 미 합참 부국장은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무급휴직 문제와 관련해 "필요하다면, 근로자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형태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하고 생명과 건강, 안전 등을 우선해야 할 것"이라며 "미군과 이들의 가족 모두 확실하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압박이 수위를 높였다.

미국은 협상 타결이 지연되면서 한국인 근로자 문제를 빈번하게 언급하고 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은 지난 18일 주한미군 사령부 건물에서 최응식 전국주한미군 한국인 노조위원장을 만나 방위비협상 합의가 없으면 잠정적인 무급휴직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주한미군 사령부는 지난달 28일 보도자료를 내고 "주한미군 한국인 직원들에게 오는 4월1일부로 잠정적 무급휴직이 시행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60일 전 사전 통보 절차를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주한미군 측은 이는 "무급휴직 예고 두 달 전에는 미리 통지해야 하는 미국 법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잠정적 무급휴직에 관해 지난해 10월 1일, 전국주한미군 한국인노조에 6개월 전 사전 통보했으며 이와 관련된 추가 통보 일정도 제공한 바 있다"고 전했다.

무급휴직 사태가 발생하면 미군기지 내에서 방위비분담금을 받아 운영되는, 군 병원과 우체국, 소방서, 순환버스 등 세출자금기관(AFO)에서 일하는 약 9000명의 한국인 근로자들은 일터를 떠나야 한다. 이들이 대규모로 이탈하게 되면 주한미군의 전투준비태세가 약화될 수밖에 없다.

미 측의 이 같은 입장 표명에 대해선 한국인 근로자를 볼모로 삼아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압박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강 장관은 18일 무급휴직 사태 우려와 관련해 "조기 협상 타결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만약의 경우 그렇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우리 근로자의 우려 상황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는지에 대한 대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미 양국은 지난해 9월부터 지난달까지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총 6차례 회의를 진행했지만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지난달 14~15일 6차 회의 이후 한 달이 넘었지만 7차 회의는 일정도 잡지 못했다.

양측 실무협상팀은 6차례 회의와 다양한 접촉을 통해 각자의 요구를 충분히 제시했고 서로가 수용 가능한 범위를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차기 회의는 타결을 위한 최종 점검의 자리가 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다만, 대선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폭 증액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어 회의 개최가 상당 기간 늦춰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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