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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증 있지만 물증이 없다? 고유정 의붓아들 살인 무죄 왜?

뉴스1

입력 2020.02.20 17:21

수정 2020.02.21 07:29

20일 고유정 사건 선고 공판에서 고유정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전 남편 살해 혐의는 계획살인을 인정했으나 의붓아들 살해혐의는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20일 고유정 사건 선고 공판에서 고유정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전 남편 살해 혐의는 계획살인을 인정했으나 의붓아들 살해혐의는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20일 오후 제주지방법원 201호 법정에서 열리는 선고공판을 앞두고 고유정(37)이 호송차에서 내리고 있다. 2020.2.20 /뉴스1 © News1 홍수영 기자
20일 오후 제주지방법원 201호 법정에서 열리는 선고공판을 앞두고 고유정(37)이 호송차에서 내리고 있다.
2020.2.20 /뉴스1 © News1 홍수영 기자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전 남편과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37)의 사형을 원했던 피해자 유족과 국민 여론과 달리 재판부의 선택은 무기징역이었다.

1997년 이후 사형 집행을 한 적이 없어 사실상 사형 폐지국인 우리나라에서 무기징역 역시 법정 최고형이라 할 수 있는 극형이긴 하다.

그러나 무죄가 선고된 의붓아들 살해 사건 유족은 물론 계획범행이 인정된 전 남편 살해사건 유족들도 이날 판결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법조계 안팍에서는 고유정에게 사형이 선고되려면 두가지 조건이 있다고 봤다.

하나는 전 남편 계획살인 인정과 의붓아들 살인 유죄였다.

재판부는 피해자인 전 남편 강모씨(36)가 성폭행하려 해 저항하다 우발적으로 살해했다는 고유정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철저한 계획살인으로 판단했다.

피해자 혈흔에서 고유정이 구입한 졸피뎀이 검출된 점, 범행이 일어난 펜션 내 혈흔분석결과 흉기를 수차례 휘두른 것으로 보이는 점, 범행도구나 수법, 장소 등을 사전에 검색하거나 구입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이날 재판 최대 쟁점이었던 의붓아들 홍모군(5) 살해 혐의는 무죄를 선고했다.

여러 정황상 의붓아들을 살해했다는 의심을 들지만 검찰이 제시한 간접증거들만으로는 유죄를 증명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재판부는 의붓아들 살해가 입증되려면 크게 피해자 사망 당시 고유정의 행적, 현 남편 홍모씨(38) 모발에서 검출된 수면유도제 독세핀 투약 여부, 그리고 마지막으로 범행동기가 입증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고유정이 독세핀을 홍씨가 마실 차에 넣어 깊은 잠에 빠지게 한 다음 피해자를 살해한 것은 아닌지 강한 의심이 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당시 집안 구조, 고유정과 홍씨의 위치 등으로 볼 때 고유정이 대담하게 홍씨의 차에 수면제 가루를 넣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고유정이 홍씨에게 수면제를 먹인 시기도 불명확하고 아들 사망 후 우울증에 시달렸던 홍씨가 직접 복용했을 가능성도 거론했다.

또 홍군이 사망 전 수면유도효과가 있는 감기약을 먹은 상태여서 침대에 코가 파묻혀 숨졌거나 아버지의 다리나 몸통에 눌려 호흡이 어려웠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의붓아들 사망시간도 특정하기 어려워 고유정이 새벽에 깨어있다는 것만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전 남편 살인사건과 의붓아들 사망사건은 별개"

범행동기 역시 미심쩍어했다.

검찰은 수차례 유산과정에서 고유정이 홍씨와 불화를 겪었고 홍씨가 친아들인 피해자만 아끼는 태도에 적개심을 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고유정과 홍씨의 관계는 정도가 심하기는 하나 싸움과 화해를 반복하는 통상적인 부부라고 봤다.

재판부는 의붓아들 살인사건 범행동기가 전 남편 살인사건 범행동기와 모순된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밝힌 고유정이 전 남편을 살해한 동기 중 하나가 홍씨와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싶었다는 것이었다.

그런 고유정이 홍씨와 원만한 가족을 유지하려했다면 홍군의 존재가 오히려 필수적이었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전 남편을 살해한 사건과 이 사건은 전혀 별개로 피고인의 유죄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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