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노조도 조원태 지지하는 이유? "자부심 지키려는 몸부림"

김용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20 17:32

수정 2020.02.20 19:06

['난기류' 대한항공, 연착륙 하려면](下) 
우한 전세기 파견 이후 조원태 리더십 순항
反조원태 연합 후보 대다수 항공사 경력 전무
스카이팀·IATA 글로벌 네트워크도 경쟁력
(인천공항=뉴스1) 이재명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의 발원지인 중국 우한 체류 재외국민을 귀국 시키기 위한 전세기가 출발을 앞둔 1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우한행 전세기로 추정되는 항공기(KE9883-HL7551)가 이륙준비를 하고 있다. 2020.2.11/뉴스1 /사진=뉴스1화상
(인천공항=뉴스1) 이재명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의 발원지인 중국 우한 체류 재외국민을 귀국 시키기 위한 전세기가 출발을 앞둔 1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우한행 전세기로 추정되는 항공기(KE9883-HL7551)가 이륙준비를 하고 있다. 2020.2.11/뉴스1 /사진=뉴스1화상
#. 지난 1월 30일 오후 8시45분 대한항공은 인천공항을 출발해 중국 우한 톈허공항으로 향하는 전세기(KE9884편)를 띄웠다. 정부는 대한항공에 코로나19의 발원지에 거주 중인 우한교민을 수송할 특별 전세기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했고, 언제나 그랬듯 대한항공은 요청을 외면하지 않았다.

특히 전세기에 객실 승무원들이 탑승을 꺼려 자칫 운항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대한항공 노동조합 간부들과 대의원들이 나섰다. 가장 먼저 전세기 승무원에 자원하기로 한 것이다.
자원자가 잇따르면서 필요인력 이상의 자원자가 모였다.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국적 항공사 승무원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대한항공 직원들을 본 국민들이 감동과 격려의 메시지를 잇따라 보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도 앉아만 있을 수 없었다. 함께 전세기에 탑승키로 했다. '회장이 그곳에서 뭘 할 수 있느냐'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전세기에 오르기 전 조 회장은 "뭐든지 하겠다"고 답했다. 우한 교민과 한께 귀국한 후 그는 사내게시판을 통해 후기를 공유하며 "국가가 필요할 때 우리를 불러준 것은 영광"이었다며 모든 공을 임직원에게 돌렸다.

한진 구성원 "기업문화 재구축…자부심 지키자"
20일 한진그룹에 따르면 그룹 지주회사 한진칼은 오는 3월 25일 주주총회를 열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연임안을 상정한다. 현 한진그룹 경영진과 반대편에 서 있는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와 반도건설 그리고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 이른바 '3자 연합'은 조 회장을 대신할 사내이사 후보 4명과 사외이사 후보 4명 등 총 8명의 이사 후보를 지난 13일 추천했다. 이들이 확보한 지분은 조 회장 측 지분(33.45%)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 31.98%다.

노조도 조원태 지지하는 이유? "자부심 지키려는 몸부림"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진그룹 구성원들이 조원태 회장 지키기에 나섰다. 3자 연합의 주주제안 소식이 알려진 바로 다음 날 대한항공 노조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3자 연합'을 성토하면서 국민을 상대로 힘을 실어달라며 호소했다. 노조는 "손쉽게 이득을 얻으려는 자본의 이합집산이 멀쩡한 회사를 망치도록 놓아두지 않으려는 노조의 의지를 강력히 지지하고 응원해달라"고 했다.

이들의 호소는 그룹 내 다른 계열사로 이어졌다. 사흘 뒤인 17일엔 대한항공과 한진그룹, 한국공항 노동조합이 모두 들고 일어났다. 이들은 3자 공동 입장문을 통해 3자 연합에 대한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는 한편 '조원태 회장'을 거론하며 자신들이 지켜야 할 대상임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최근 조원태 회장을 몰아내고 한진그룹을 차지하려는 조현아 전 왕산레저개발 대표와 반도건설, KCGI의 한진칼 장악 시도를 지켜보며 깊게 우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룹 내부 구성원들이 이처럼 조원태 회장 지키기에 나선 까닭은 무엇일까. 업계 원로들은 "자부심을 지키려는 몸부림"이라고 말했다. 조중훈 창업주 시절인 1972년 입사해 30여년간 대한항공에 몸담았던 전 대한항공 전무 C씨는 "이번 (코로나19) 전세기만 봐도 그렇듯이 대한항공은 민간기업이지만 국적 항공사로서 나부터도 나라를 위해 일한다는 자부심이 있었다"며 "사모펀드는 그 자부심을 지켜줄 수 없다"고 했다. 대한항공 OB임원회 회원인 그는 "OB들이 얼마 안되는 우리사주로 조 회장과 현 경영진에 힘을 실어주려고 하는 것도 그런 이유"라고 설명했다.

노조도 조원태 지지하는 이유? "자부심 지키려는 몸부림"
지난해 4월 조양호 전 회장이 별세한 이후 제기됐던 조원태 회장의 리더십에 대한 우려가 불식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조 회장은 부친이 별세한 지 2개월도 안돼 국내에서 열린 글로벌 항공업계 최대 행사인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에서 의장직을 맡아 행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었으며, 부친에 이어 IATA 집행위원회 위원에도 선임됐다.

조 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항공·운송업 중심의 그룹 쇄신안에 공감하는 구성원이 많다는 얘기도 나온다.

지난해 11월 미국 뉴욕에서 기자들을 만난 조 회장은 "항공·운송 산업 이외에는 관심이 없다. 집중해서 세계 최고로 만들겠다"고 강조했고 이는 지난 6, 7일 열린 대한항공, 한진칼 이사회를 통해 구체화됐다.

대한항공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유휴자산인 서울 경복궁 옆 송현동 부지와 비주력사업인 왕산마리나 매각을 본격 추진하고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하고,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거버넌스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딱딱했던 항공사 특유의 조직문화 역시 조 회장 취임 이후 몰라보게 바뀌었다는 평가도 있다. 대한항공 한 직원은 "단순히 복장자율화가 전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온라인 소통방에 부산 공항 근처 정비창의 출퇴근 버스 문제가 이슈가 된 적이 있다"면서 "이를 본 조 회장이 직접 전산 부서까지 동원해 해결책을 마련한 사실이 내부에 알려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항공 전문경영인, 대한항공에 많다"
3자 연합 측이 내세운 사내이사 후보는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 배경태 전 삼성전자 부사장, 김치훈 전 대한항공 상무, 함철호 전 대한항공 경영전략본부장 등이다. 그러나 이들을 한진칼 사내이사의 적임자라고 수긍하는 업계 전문가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후보 중 한 명인 김치훈 전 상무는 지난 18일 스스로 물러나기까지 했다.

김 전 상무는 특히 한진칼 대표이사 앞으로 서신을 보내 "3자 연합이 주장하는 주주제안에 동의하지 않으며 오히려 동료 후배들로 구성된 현 경영진을 지지하는 입장"이라며 조 회장에게 힘을 보탰다. 그는 대한항공이 아닌 한국공항에서 임원을 했고, 업계를 떠난 지 6년이 넘어 자격논란이 있었다.

노조도 조원태 지지하는 이유? "자부심 지키려는 몸부림"
나머지 후보들도 마찬가지다. 김신배 부회장과 배경태 부사장은 모두 삼성그룹 출신으로 항공사 경영 경력이 전무하다. 유일하게 함 전 본부장만 항공사 경력이 있다. 함 전 본부장은 대한항공 퇴직 후 저비용항공사(LCC) 티웨이항공 대표를 맡기도 했다. 그러나 항공업계 최고 수준의 전문경영인인 현 경영진을 대체해야 할 명분을 찾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다.

허희영 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항공업은 경기변동에 매우 민감한 산업이다. 유가와 환율, 이번 코로나19와 같은 예기치 못한 변수와 직면하는 산업인 탓에 경력이 무척 중요하다"며 "대한항공은 국내 항공산업의 역사라고 할 수 있는 항공사로 현재 항공사 전문경영인들이 가장 많은 조직을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대한항공"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대한항공의 경쟁사인 아시아나항공의 새로운 최고경영자 후보로 거론되는 마원 극동대 교수도 대한항공 출신으로 계열사 진에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대한항공과 같은 풀서비스항공사(FSC)의 경우 글로벌 네트워크가 무척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허 교수는 "글로벌 항공·운수업의 특징 중 하나는 네트워크로 연결된 '동맹'이다.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적으로 운송을 하기 위해선 고 조양호 회장이 만든 스카이팀과 같은 글로벌 항공동맹이 필수적"이라며 "앞서 IATA 서울총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조 회장과 현 경영진 없이는 델타항공과의 조인트벤처(JV)를 유지하고 지켜낼 수 있을지 여부도 장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노조도 조원태 지지하는 이유? "자부심 지키려는 몸부림"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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