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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간스탠리, E-트레이드 인수… 개인 소매금융 키운다

홍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21 17:45

수정 2020.02.21 17:45

4분기 합병 완료 사업다각화 박차
인터넷은행 보유한 골드만삭스, 소매금융 이미 진출해 인수 포기
美 온라인 증권사 M&A 기폭제
온라인 증권의 강자 'E-트레이드'를 둘러싼 미국 양대 투자은행(IB)간 인수 전략이 미묘한 대조를 보였다.

모간스탠리와 골드만삭스 모두 'E-트레이드' 인수에 군침을 흘렸다. 모건스탠리가 취약한 소매금융 강화와 사업다각화를 위해 'E-트레이드'인수의 최종 승자가 됐다. 반면 골드만삭스는 소매금융을 충분히 강화해온 탓에 인수기회를 최종 거절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E-트레이드'인수합병을 계기로 미국 온라인 증권 시장에 인수 바람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내다봤다.

■양대 IB 인수전략 엇갈린 판단

온라인 증권 강자인 E-트레이드는 고객 520만명, 운용자산 3600억달러 E-트레이드 예금 560억달러 규모를 가지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보다 안정적인 수입원을 찾기 위해 소매 금융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월가에서 눈여겨볼 만한 수치다.

실제로 금융위기 이후 모간스탠리는 개인을 상대로 한 소매영업을 축소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왔다. 그러나 제임스 고먼 모건스탠리 최고경영자(CEO)는 2013년 CNBC에 출연해 금융위기 직후 씨티그룹으로부터 스미스바니를 인수했다는 점을 들어 모건스탠리는 여전히 소매영업을 중시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실제 고먼 CEO는 세 차례 E-트레이드 인수를 시도한 끝에 성공했다. 이번 'E-트레이드'인수로 취약한 사업군을 강화하게 됐다.

더구나 합병이 완료되면 모간스탠리는 월스트리트와 온라인 증권 거래 부문 양 쪽에서 확실한 우위를 다지는 등 사업다각화의 새판을 다지게 된다. 미국 관계당국의 합병 승인이 떨어지게 되면 올 4·4분기 중에 합병이 완료된다.

특히 규모의 경제를 통해 사업분야 확장과 탄탄한 자금확보라는 기회를 얻게 된다. 부유층을 상대로 한 자산운용사 모간스탠리는 3600억달러 자산이 포함된 E-트레이드의 520만 계좌를 흡수할 수 있게 됐다. 부유층과 덩치 큰 기업고객, 그리고 개미투자자들 모두를 아우르는 자산운용사로 거듭나는 셈이다. 모간스탠리는 또 E-트레이드의 알짜배기 사업분야인 기업서비스 부문도 거머쥐게 됐다. 기업서비스는 상장사들이 주식 운용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로 E-트레이드 전체 계정의 약 4분의1을 차지한다. 업계 선두를 달리는 투자은행 부문과 억만장자들의 자금을 관리해주는 고급 투자 자문가들에 더해 투자자들과 직접 접촉하는 온라인 플랫폼까지 갖추게 된다.

'E-트레이드' 인수를 포기한 골드만삭스도 손해 본 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20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는 "골드만삭스가 E-트레이드 인수 기회가 있었던 것은 비밀이 아니다"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CNBC는 월가 소식통을 인용해 인수 포기 배경에 대해 "골드만삭스의 인터넷 은행 '마커스'가 이미 500억달러(약 60조원)가 넘는 소비자 예금을 모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골드만삭스가 2016년 시작한 '마커스'는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대출 플랫폼이다. 미국에서 성공에 힙입어 2018년에는 영국 시장으로 영업을 확대했다. 또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애플과 손잡고 신용카드를 내놓기도 했다. 전통적인 틀을 깨고 소매 금융업 진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온라인 증권업계 지각변동

부유층 은행으로 불리는 월가 투자은행들은 최근 몇년간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소매금융에 뛰어들고 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월가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융규제, 긴축된 시장에서 안정적인 수입원을 찾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사업강화의 필요성 때문에 온라인증권사인 'E-트레이드'가 인수 표적이 된 것이다.

이와 별개로 월가에서는 미 증권업계 내에서 온라인 증권회사에 대한 인수합병이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말 미국 은행·주식중개 회사 찰스 슈왑이 온라인증권사인 TD 아메리트레이드을 인수한 데 이어 E-트레이드 인수도 성사됐기 때문이다.

온라인 증권사를 둘러싼 인수바람은 주식거래 수수료를 아예 없애겠다고 선언한 로빈후드 같은 주식거래 애플리케이션 업체들의 인기가 주된 배경이다.

선두주자인 로빈후드의 경우 최근 자금모집에 나섰고, 이를 통해 추산된 기업가치는 76억달러 규모였다.
신생업체의 기업가치가 업계 선두주자 가운데 하나인 E-트레이드의 인수합병(M&A) 규모의 거의 절반에 육박할 정도로 앱들이 치고 올라온 것이다.

E-트레이드는 지난달말 마감한 4·4 회계분기 주당순익이 30% 가까이 감소했고, 매출은 9%, 매출 가운데 주식거래 수수료 수입은 반토막(54%) 났다.


온라인 증권사에 이어 주식거래 앱까지 등장하며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자 업체들은 앞다퉈 새로운 서비스로 차별화해야 하는 입장에 몰렸다.

imne@fnnews.com 홍예지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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