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수사·기소 분리 반발 왜 하냐고?… 檢 "위법 소지 너무 크다"

유선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21 17:58

수정 2020.02.21 18:03

"검찰청법·형사소송법 어긋나 여론몰이보다 법 개정이 먼저"
법무부 "아직 의견수렴 단계"
최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추진하는 수사·기소 주체 분리안을 두고 검찰 내부에서는 효율성에 대한 불만을 넘어 '위법성 소지가 있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수사검사는 수사만 한다'식으로 법 개정을 해야 수사·기소 주체 분리가 가능한데, 이를 추 장관이 역행한다는 것이다. 과연 수사.기소 주체 분리안에 대한 위법성이 있는 게 사실일까.

■수사·기소는 관련법에 근거해야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일선 검사들은 수사·기소 검사를 나눌 수 없는 근거로 현 검찰청법 4조와 형사소송법 246조를 들고 있다. 검찰청법 4조는 '범죄수사, 공소 제기 및 유지에 필요한 사항을 검사의 직무와 권한으로 규정한다'고, 형사소송법 246조는 '공소는 검사가 제기해 수행한다'고 각각 명시하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를 두고 해석의 여지가 나뉘지만 통상 해당 법 조항들이 수사와 기소 업무 모두를 검사의 직무 및 권한으로 규정하기 때문에 수사·기소 분리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이 잇따르는 것이다.

특히 추 장관이 제시한 '수사 검사 따로, 기소 검사 따로'는 직접주의·당사자주의·공판중심주의를 지향하는 현행 형사소송법 구조에 어긋난다는 비판도 들끓고 있다.


법 개정 절차를 거치지 않은 상황에서 추 장관이 되레 장관 신분으로 법을 어기고 수사·기소 주체 분리안을 밀어붙이는 모양새여서 내부 반발심이 더 커지는 양상이라는 게 일선 검사들의 전언이다.

재경지검 한 검사는 "법무부 장관이라는 신분 정도면 위법 소지가 있는지부터 살펴봐야 하는데, 간단한 내부 수렴만을 통해 감정적으로 안건을 관철하려는 게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현재 검찰청법이나 형사소송법 조항을 개정하려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야 하는 등 입법 절차를 거쳐야 가능한 상황이다.

추 장관은 이날 전국 검사장 회의를 통해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돌연 회의 일정을 취소한 바 있다.

회의가 열리기 전부터 다수의 검사장은 위법성이 있는 수사·기소 분리를 위한 추 장관의 여론몰이에 불과하다는 불쾌한 반응을 보여왔다.

검찰 내부 전산망인 '이프로스'에도 하루가 멀다하고 일선 검사들의 관련 성토 글이 빗발치는 실정이다. 지난 18일 구자원 수원지검 여주지청 검사는 "상당 부분의 수사권이 경찰에게 부여되었고 큰 방향이 정해진 마당에 다시 검사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어떻게 분리한다는 것인지 선뜻 와닿지 않는다"고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옳은 개혁이라고 하지만..."

반면 추 장관은 최근 "(기소 결정을) 무리하다 보니 인권침해를 하거나 재판에서 무죄를 받더라도 수사를 한 검사가 승진하거나 떠난 후에 전개되는 일이기 때문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며 "누군가는 싫어하겠지만 국민을 위해서는 옳은 방향의 개혁"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법무부는 의견 수렴 단계에 불과하기 때문에 아직 수사·기소 분리 방법론을 거론할 때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법무부 관계자는 "수사·기소 분리 방법론이 먼저 결정되고 법률 개정 사안인지, 시행령이나 훈령 개정 사안이지 검토하는 게 맞는데 서두가 바뀌었다"면서 "(일각에서) 검찰청법이나 형사소송법을 근거로 어떻게 제도가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아직 (방법론조차) 정해진 게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뭐라 말할 단계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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