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참 민망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과연 이번 대책은 시장에서 먹혀들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하긴 대책이 통했다면 문재인정부 출범 2년9개월 만에 19번째 대책을 내놓았을 리가 없다. 시장에선 벌써 총선 뒤 추가 대책이 나올 걸로 예상한다. 정부는 이번에 용인·성남을 조정대상지역에 넣지 않았다. 4월 선거를 앞두고 해당 지역 여당 의원들의 반발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앞서 정부는 12·16 대책을 내놓을 때 올 상반기 안에 추가 종합대책을 내놓겠다고 예고했다. 이러니 몇 달 안에 정부 대책은 20번째를 넘길 것이 거의 확실하다.
잦은 대책은 정책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 박선호 국토부 1차관은 21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책(정부)이 시장을 이길 수 없다'는 지적에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박 차관은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국토부 차관이 말할 수 있는 범위는 딱 정해져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연초 신년사에서 "부동산 시장의 안정, 실수요자 보호, 투기 억제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며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대통령 지침을 벗어난 정책을 펼 수 없다.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도그마에 빠졌다. 집값을 잡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진 나머지 유연한 정책은 패배로 간주하는 분위기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나라 경제가 축 가라앉았다. 이참에 경기 부양책과 함께 강력한 규제혁신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부동산 정책만은 오로지 규제 외골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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