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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러시아 '석유 동맹' 균열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23 17:26

수정 2020.02.23 17:26

코로나19 확산 대응방안 입장차
사우디 하루 30만배럴 감산 주장
러시아는 기존 생산 입장 고수
2016년 말부터 이어져 온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간 '석유 동맹'이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사우디아라비아가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함께 하루 최대 30만배럴 감산을 검토하고 나선 반면, 러시아는 기존 생산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이하 현지시간) 소식통들을 인용해 사우디는 감산을 꺼리는 러시아와 2016년 12월 이후의 감산동맹을 깨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석유수요 감소 대응방안 견해차가 배경이다.

다음달 5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콘퍼런스를 시작으로 6일과 10일 각료회의가 예정돼 있는 OPEC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10개 비OPEC 감산 참여국 석유장관 회의가 4년 동안 지속된 감산 밀월의 존폐를 가르는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OPEC 전체 석유생산 능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사우디, 쿠웨이트, UAE 등 3개국은 지난 한 주 협의를 통해 최대 하루 30만배럴 감산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달초 비상 회의에서 하루 60만배럴을 감산하자는 사우디의 주장을 러시아가 일축한데 이은 후속조처다.

러시아는 여전히 감산 필요성에 회의적이다. 러시아 대표단은 중국의 경제 활동이 점차 회복하고 있고, 코로나19에 따른 석유수요 충격 역시 제한적이라는 점을 감산 반대 이유로 들고 있다. 러시아는 또 코로나19 충격으로 석유수요가 줄고는 있지만 리비아의 석유수출이 급감했고,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추가 제재로 베네수엘라 석유 공급이 줄어들 것이어서 수급 불균형에 따른 유가 폭락을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리비아에서는 중앙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유전지대 군벌이 1월부터 송유관을 걸어 잠그고, 석유수출항도 닫아 하루 산유량이 120만배럴에서 12만배럴로 급감했다. 또 미국이 18일 러시아 국영 석유업체인 로스네프트 자회사에 경제제재를 가해 베네수엘라 석유 공급이 추가로 줄어들게 됐다.

반면 사우디는 감산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상품 데이터 제공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코로나19 위기 이후 사우디의 대중 석유수출은 안정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다른 OPEC 회원국들의 수출은 감소하고 있다.
사우디 석유장관인 압둘아지즈 빈 살만 왕자는 코로나19에 따른 석유수요 감소라는 급한 불을 꺼야 한다며 감산을 주장하고 있다.

한편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석유수요 감소에는 이견이 없지만 감소폭에 대해서는 전망이 크게 엇갈린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3일 1·4분기에 수요가 하루 43만5000배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 반면 세계 최대 독립 석유중개업체인 비톨그룹은 1·4분기 석유수요가 이전 전망치보다 하루 220만배럴 급감한 하루 9830만배럴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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