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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예방의 경제학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24 17:16

수정 2020.02.24 17:16

[fn논단]예방의 경제학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에 지구촌이 몸살을 앓는다. 전파속도가 워낙 빨라 감염지역 봉쇄, 잠재감염자 격리나 여행 제한 등이 가장 유효한 대응이다. 무역전쟁에 이은 또 다른 글로벌리즘 장애요인이다.

이번 사태는 중국 전국시대 명의 편작의 예지와 거리가 멀다. 병자를 치유하는 자신보다는 이를 예방하고 초기 대처로 질병을 제압하는 자기 형들의 사회가치가 더 높아야 한다고 역설한 일화다. 코로나 사태에도 적용된다.
의사들의 제보로 초기 징후가 있었을 때, 제대로 검증해 국민과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않고 덮으려 했다. 또한 감염증에 대처할 역량도 빈약해 감염 확산을 제어하기 어려웠다. 미국과 어깨를 견주는 경제대국이지만 GDP 대비 건강비용 수준은 미국의 29.2%다.

코로나19의 파장을 보면 경제 영향은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보다 클 것이다. 중국의 세계경제 연관성 증가 때문이다. 중국의 대세계 경제비중이 2003년 4.3%에서 지난해 16.9%로, 원유소비 비중은 2003년 7.2%에서 2018년 13.5%로 급증했다. 감염증 확산에 중국은 물론 주변국의 경제활동까지 크게 위축됐다. 생산은 중단되고 소비는 줄었으며 무역과 여행 등은 감축됐다. 또한 해소시기가 불확실해 투자분위기도 냉각됐다.

20세기 이후 치명적인 전염병의 글로벌 확산(팬데믹) 배경은 매우 복합적이다. 도시집중화에 뒤진 보건위생과 환경오염, 교통발달과 여행산업 융성 그리고 지구온난화 등이 한데 어우러져 전염성 질병이 문명사회를 뒤흔든다. 2018년 빌 게이츠는 세계의 팬데믹 대응이 미진하며 전쟁을 대비하듯 준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미국 존스홉킨스대 건강안전센터가 게이츠재단 및 세계경제포럼과 함께 신종 감염병이 금세 세계유행이 되는 시나리오(이벤트2010)를 발표해 범지구적 공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대사회에서 경제와 건강은 분리해 분석하기 힘든 유기적 관계다. 건강은 인간자본의 질을 높여 경제성장에 정의 영향을 끼친다. 즉, 수명은 증가하고 생산성이 높아지며 저축은 늘어 내생적 경제성장에 크게 기여한다. 이처럼 건강비용과 경제발전 간 밀접한 상관관계나 두 요인의 중장기 지속 연관성을 밝힌 실증연구들은 많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건강관리 인프라 구축을 비용보다는 지속성장을 위한 투자 차원에서 접근하자.

코로나 사태가 남긴 과제는 많다. 우선 동아시아 차원에서 팬데믹성 질병에 대한 정보소통체계를 만들고 국제공조 구축에 앞장서자. 둘째, 건강위험요인 관리체계를 재정비해야겠다. 인공지능을 최대한 활용해 국내외 건강위험의 조기인지 및 체계적 대응을 위한 선제적 투자가 절실하다. 차제에 치료에서 예방으로 패러다임 전환도 서둘러야겠다.
경제적 파장에 수요는 물론 공급부문에도 정책대응을 잘 해야 한다. 수요확충에만 매몰되면 폐렴위기 후 자칫 경상수지 흑자기조와 물가안정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
생산애로를 덜어줄 방안을 촉구하고, 생산조달체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중국과 거리를 두려는 글로벌 밸류체인의 변화를 역이용해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우리 제조업의 르네상스를 꾀하자.

정순원 전 금융통화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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