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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중국의 '자이징지'를 주목하라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25 17:55

수정 2020.02.25 17:55

[fn논단] 중국의 '자이징지'를 주목하라
코로나19로 중국 경제는 생산과 소비 모든 측면에서 전례 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이런 위기 상황에서도 위험을 기회로 살리려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감염 우려로 집 밖으로 나서지 않는 상황에 맞춰서 집안에서 모든 경제활동을 해결하는 일명 '자이징지(宅經濟)'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자이징지는 알리바바의 신선제품 배송서비스인 허마셴셩, 텐센트 계열의 신선제품 배송서비스인 메이르유셴이다. 마트나 슈퍼에 가서 사람을 마주치기 꺼리는 소비자들이 전자상거래로 야채, 과일, 식재료를 구입하는 비중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판매량이 전년동기 대비 3배 이상 증가하는 추세이며, 매일 늦은 오후가 되면 재고가 바닥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엔 농산물 재고 확보를 군사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정부까지 협력해 재고부족 현상을 방지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 대부분 기업들은 아직 사무실 출근을 불허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재택근무 솔루션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가장 널리 쓰이는 알리바바의 원격근무 솔루션인 딩딩 사용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온라인으로 업무지시와 근태관리가 가능한 딩딩은 현재 중국의 상황에 딱 맞는 솔루션인 것이다. 요즘 중국에서 회의는 대부분 온라인 화상회의 줌(zoom)을 통해 진행한다고 한다. 집 밖으로 나가기 두려운 상황에서 화상회의는 가장 안전한 방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실적 기대감으로 나스닥 상장사인 줌은 최근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자이징지의 영향이 미국 증권거래소로도 이어진 것이다.

중국 대부분 초중고 학생들은 아직 잠정휴교 상태라 등교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창궐하더라도 대학 진학은 해야 하고 교육열은 식지 않는다. 따라서 집에서 학습할 수 있는 온라인학습 서비스 이용이 급증했다. 하오웨이라이(tal), 신둥팡(edu), 건쉐이쉐(gsx)와 같은 기업들은 사용자 급증으로 견조한 주가 추이를 나타내고 있다.

위기 상황에서 과감한 기술적 혁신 시도는 더욱 가속화된다. 홍콩상장사인 중국 배달 애플리케이션 최강자인 메이퇀뎬핑은 무인자율주행 배송차량을 통해 신선제품 무인배송을 통해 바이러스 염려를 없앴다. 이뿐 아니다. 중국의 드론업체는 긴급의료 기구와 혈액을 드론으로 배송해주는 실험을 하고 있다. 육로가 막혀버린 우한시에는 딱 맞는 솔루션인 것이다. 코로나19 상황하에 중국 혁신기업들은 더욱 빠르고 과감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는 올해 중국 경제에 커다란 악재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위기 속에서도 모든 것을 온라인으로 연결하려는 정책 키워드인 인터넷플러스의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고, 새로운 기술혁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신흥 스타트업들의 노력은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거꾸로 중국인들은 이런 상황에 인터넷 서비스들이 없었다면 어쩔 뻔했나 안도하고 있다. 인터넷 서비스가 있었기에 집안에서 모든 걸 해결 가능한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와 현재 코로나19 시기의 중국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자이징지'가 가능할 만큼 인터넷 서비스 수준이 대폭 향상됐고, 중국의 기술적 혁신이 다방면에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한국도 코로나19가 확산되는 기로에 서 있다.
중국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과거의 오프라인 관성에서 벗어나 인터넷과 기술을 활용한 '자이징지'를 활용, 위기를 기회로 살려보는 것도 하나의 좋은 대안일 수 있다.

정주용 비전크리에이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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