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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코로나19 대확산과 대중교통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25 17:55

수정 2020.02.25 17:55

[여의나루] 코로나19 대확산과 대중교통
중앙방역대책본부 자료에 따르면 2월 25일 오후 4시 기준 우리나라의 코로나19 확진자는 세계 2위에 해당되는 977명으로 집계됐다. 1월 19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2월 1일 12명에서 오늘까지 81배 이상 급증했고, 사망자도 10명이 나왔다. 최근 1주일 사이 전국으로 확산됐고,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감염자 한 사람이 5~6일에 총 3500명까지 전염시킬 정도도 전파율이 높다고 한다. 한편 코로나 발원지인 중국은 작년 12월 이후 현재까지 확진자 총 7만7000명 그리고 사망자도 2500명을 넘었지만 다행히 최근 들어서는 증가세가 완화되고 있다.

코로나19는 치사율은 낮지만 인당 전파율이 2.6명으로 높기 때문에 초기대응이 중요하다. 발병 초기 정부의 대응은 중국 우환 입국자 금지와 감염자 방문장소 폐쇄 등 위험요인 격리와 마스크 착용, 손 씻기를 권장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2월 19일 신천지 교인들의 집단감염 발생 이후 지역사회 감염이 급속하게 늘면서 대구와 청도를 '감염병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했고, 전국적 확산이 본격화된 23일에는 위기경보를 최고 수위인 '심각'으로 격상했다. 한편 다수의 확진자와 정확한 숫자를 파악할 수 없는 무증상 감염자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동감염원에 의한 확산 우려도 커지고 있다.

청주시에서는 22일 확진 판정을 받은 택시기사가 감염 사실을 모르고 잠복기간 4일 동안 승객 53명을 태운 것으로 확인됐고 제주, 부산, 대전 등의 확진자들도 항공, 택시, 버스, SRT 등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해 활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웃 일본에서는 최초 확진자가 우환에서 온 승객을 태운 택시기사였고, 선상에서 그와 함께 파티에 참석했던 동료 택시기사 중 8명이 감염됐는데 증상이 없어서 모르고 계속 택시를 몰았다는 보도가 있었다. 한편 서울시에서는 확진자 대부분이 접촉으로 인한 감염으로 확인됐지만, 성동구 40번 환자는 감염 원인이 불명확해 대중교통 이용을 통한 감염 가능성이 제기됐다. 서울과 같이 인구밀도가 높고 대중교통 이용률이 70%에 이르며, 대중교통 네트워크가 촘촘한 곳에서는 이동감염원에 의한 확산이 빠르기 때문에 특별히 경계해야 한다.

대중교통 이용을 통한 감염자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각국에서는 현재 다양한 대책을 실행하고 있다. 중국 우환시는 도시를 폐쇄하고 대중교통 운행을 중단시키는 초강수 정책으로 확산 억제 효과를 보고 있고, 승차공유회사 디디추싱은 최근 택시 운전자의 감염 피해를 막기 위해 운전석과 뒷자리 승객 사이에 비닐 칸막이를 설치했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는 지하철 등에서 승객들의 체온을 측정하고 의심승객에 대한 검문·검색을 강화하고 있다. 한편 서울시립대 이승재 교수 연구팀은 서울시 교통카드 데이터를 활용, 감염 위험이 낮은 대중교통 경로로 이용자를 안내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있다.

3월 대학 개강으로 중국유학생이 대거 유입되고, 현재 속도로 지역사회 감염이 지속되면 대중교통 이용에 대한 불안은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중교통시설이 감염으로 폐쇄되거나 감축운행되면 국가적 손실이 크기 때문에 정부는 선제적으로 대중교통 이용환경을 정비해야 한다. 외국인을 포함해 이용승객이 많은 주요 역사와 버스 등에서 확진자와 의심자를 판별, 이용을 통제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방역 빈도를 상향하며, 승객을 위한 역사 내 마스크와 손세정제 보급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재택근무와 시차출근제를 통해 출퇴근을 분산해 차내 혼잡도를 낮춰 승객 간 거리를 최대한 확보하고, 감염예방을 위한 대중교통 이용수칙을 마련해 시민의 자발적 협조도 구해야 한다.

황기연 홍익대 도시공학과 교수, 前 한국교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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